[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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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41)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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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내가 얻어들은 귀동냥으로는 겨울에 이런 술을 만들려면 온돌이 설치된 방에서 해야 합니다. 누룩이 제대로 발효를 하려면 이마에서 땀이 날 정도로 더운 곳에 두어야 하는데, 한겨울에 그렇게 덥게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이 동굴은 일 년 내내 시원해서 사람살기에 적당하기는 하지만, 온돌을 만들지 않아서 술이 잘 익을 만큼 덥게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실패를 한 거 같으니까 속상해 하지 말아요.”

국화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천동과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고, 그녀는 체념을 하기에 이르렀다.

천동은 겨울 내내 무룡산의 북쪽에 위치한 달령을 지나서 파군산까지 토끼나 노루, 멧돼지 등의 산짐승을 잡기 위해서 다녀오곤 하였다. 누이가 만들어준 들개 가죽으로 된 옷을 입은 탓에 지난해 겨울과는 달리 추운 줄 모르고 험산 준령을 쏘다녔다. 동대산 자락에 있는 저승재에서 눈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정말로 저승으로 갈 뻔한 일도 있었지만, 명이 짧지는 않았는지 별로 다친 데도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국화와는 달리 이제 천동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비록 누이였지만 혼자 살다가 둘이 사는 게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에는 그녀와 함께 있는 게 오히려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니까 그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천동은 두 사람 몫의 양식을 구하느라고 정신없이 보냈다. 어쩌다가 눈이 많이 내린 날, 둘이서 하루 종일 좁은 동굴집에서 보낼 때도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종일 굶는 날은 없었다. 비축해둔 식량이 있었던 관계로 두 사람은 최소한 하루에 한 끼는 먹을 수 있었다. 난리 중에 이 정도 고생 안 하는 사람이 조선 천지에 몇이나 될까 생각하며 견디었다. 고을마다 아사자가 없는 곳이 없는데, 굶어 죽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겨울 내내 천동은 묘시에 일어나서 산 정상의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두 식경씩 검술을 연마했다. 그는 결코 추위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전란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누이가 된 국화를 지켜야 하기에 결코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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