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는 오는 10월 신화예술인촌을 리모델링 해 노인 일자리 카페를 열 예정인데, 남구의 첫 전문 레지던시 사업을 시작한 곳이자 시민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매력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찾은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 지붕 없는 미술관 마을답게 곳곳에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했다.
‘고래를 찾는 자전거’ 영화 촬영지 등 지도에 표시된 벽화 골목길을 천천히 살펴보다 신화예술인촌에 도착했는데, 신화예술인촌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노인 일자리 카페로 바뀐 상태였다. 레지던시 사업을 하던 2층 공간은 문이 닫혀있었다.
신화예술인촌 바로 옆 경로당에서 만난 한 주민은 “2023년을 끝으로 한동안 방치되다 최근에 노인 일자리 카페로 바뀌었다”며 “신화예술인촌이 있을 때는 방문객이 많이 왔었는데 문을 닫고 난 뒤 방문객이 뚝 끊겼다. 장사하던 가게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신화마을을 둘러보는 1시간여 동안 주민을 제외하고 마주친 방문객은 단 한명에 불과했다.
또다른 주민은 “신화예술인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하던 공예, 향수, 그림 수업이 삶의 낙이었는데 좋은 문화공간이 사라져 아쉽다”며 “벽화들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고 상태도 안좋다”고 씁쓸해했다.
1960년대 울산공단이 형성된 뒤 공단 이주민촌이 된 신화마을은 2010년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촬영 이후 울산의 대표적인 벽화마을로 조성됐다.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남구는 2013년 8월 신화예술인촌을 열었다.
신화예술인촌은 남구에서 처음 전문 레지던시 사업을 시작했고, 신화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색들로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발길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신화마을이 노후화되고 인근 장생포와의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신화예술인촌은 결국 2023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남구는 신화예술인촌의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다 10월 노인 일자리 카페를 오픈하기로 하고 신화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남구 관계자는 “장생포에 있는 레지던시 공간인 아트스테이와 창작스튜디오131에 집중하며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통합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신화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준 것과 일부 신화마을 주민들이 방문객의 방문을 불편해한 것도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이 남구의 첫 전문 레지던시 사업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곳을 전국 어디에나 있는 노인 일자리 카페로 바꾼 것과 관련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울산이 정말로 문화도시가 되고자 했다면 수익, 방문객과 상관 없이 신화예술인촌을 보강해 계속 운영했어야 한다”며 “노인 일자리 카페를 운영한다고 해서 신화마을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문화예술인은 “노인 일자리 카페가 최선의 해결책인지 의문이 든다. 일자리 제공이라는 명목이 우선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울산이 문화도시가 되는 데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지자체와 문화예술인들 모두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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