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찾은 북구의 한 도로. 도로 표지판이 칡넝쿨에 완전히 덮여 흔적만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초록색 덩굴만 보일 뿐, 가까이 가야 표지판임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이종원(31)씨는 “밤에 이면도로에서 표지가 보이지 않아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음 날 확인해보니 표지가 칡넝쿨에 가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북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군 곳곳에서도 칡넝쿨에 가려 표지판 식별이 어려운 곳이 여러 곳 발견됐다.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서는 칡넝쿨에 감긴 신호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예초 전문가에 따르면, 칡은 일반 잡초보다 뿌리가 굵고 서로 촘촘히 얽혀 자라 쉽게 뽑히지 않는다. 제초기로 제거하더라도 줄기만 잘려 잠시 깔끔해 보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란다. 뿌리째 뽑아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지만, 줄기가 많이 자라 원뿌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고, 도로변에서는 장비를 투입해도 한계가 있다.
여름철 칡의 성장 속도가 특히 빠른 것도 문제다. 하루가 다르게 덩굴이 뻗어나 도심 가로수나 전봇대 등을 감싸며 번식한다. 나무 전체를 덮으면 광합성이 차단돼 결국 고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날 도로변에서도 칡넝쿨로 덮여 고사한 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칡넝쿨은 표지판뿐 아니라 전신주와 전선을 타고 올라가며 자라기도 한다. 이 경우 장비 점검이나 보수 작업이 어려워지고, 장마철 집중호우 시 합선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울산의 도로변 환경 관리는 시·구 도로 구분 없이 모두 구·군청이 맡고 있다. 시 도로에 대해서는 매년 시 교부금을 받아 각 구·군청이 인력을 투입해 도로 관리와 제초 작업을 진행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로변 예초 관련 민원이 하루에도 수없이 들어와 여름철에는 거의 매일 나가 관리하지만 역부족”이라며 “특히 칡넝쿨은 다른 풀보다 훨씬 빨리 번지고 잘 자라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초업체 대표는 “칡넝쿨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담쟁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세다. 방치하면 멀쩡히 서 있는 철제 펜스를 가볍게 넘어뜨리기도 한다”며 “특히 전신주나 철탑에 감기면 전선이 내려앉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번 방치하면 금방 퍼져 제거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약을 뿌리고 틈틈이 관리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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