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15)]삶의 선물, 장수마을에서 배운 행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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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태의 인생수업(15)]삶의 선물, 장수마을에서 배운 행복의 비밀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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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오늘날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세를 넘어섰다. 남성은 80세, 여성은 86세다. 숫자만 보면 우리는 이미 장수 사회에 들어섰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곧 잘 산다는 의미일까? 진정한 질문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가’이다.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조지아 캅카스, 이탈리아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그리고 전라북도 순창 같은 세계의 장수 마을들이 그 해답을 삶으로 보여준다. 이곳 사람들은 특별한 약을 먹거나 첨단 의료기술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일상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세월이 다듬은 철학적 지혜와 과학이 증명한 생리학적 원리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첫째, 소박한 식습관이다. 채소와 곡물, 발효 음식이 중심이 된 식단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고 염증 반응을 줄이며 세포 노화를 늦춘다. 생리학적으로는 항산화 작용과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입증되어 있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절제의 미덕은 단지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욕망을 다스리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삶의 태도다.

둘째, 노동이 있는 삶이다. 장수 마을에는 ‘은퇴’라는 개념이 없다. 나이가 들어도 흙을 만지고 밭을 가꾸며 몸을 움직인다. 인문학적으로 노동은 생계 수단을 넘어,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나는 아직도 쓸모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각이 자존감을 지켜준다. 꾸준한 신체 활동은 근육의 위축을 막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뇌의 신경 가소성을 높여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춘다.

셋째, 공동체적 관계이다. 장수 마을의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다. 아침이면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이면 함께 밥을 먹는다. 서로의 짐을 덜어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현대 심리학은 사회적 유대가 강할수록 스트레스가 줄고, 우울증과 불안이 낮으며, 수명이 길어진다고 말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넷째, 감사의 태도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는 마음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다. 감사는 결핍보다 만족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이며, 죽음을 향해 걷는 인생 여정을 하루하루의 기적으로 바꾼다. 연구에 따르면 감사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수면의 질이 높고, 우울과 불안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장수 마을의 비밀은 특별하지 않다. 그것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삶의 기본, 우리가 문명의 편리 속에서 잊고 지낸 단순한 진리다. 소박한 식탁, 노동이 있는 일상, 이웃과의 연대, 감사하는 마음. 이 네 가지는 의학과 생리학의 근거로 입증되고, 심리학과 철학의 언어로 해석되는 오래된 삶의 공식이다.

삶은 선물이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오래 살게 하는 힘이다. 오늘 하루를 단순하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사랑한다는 속삭임 하나, 감사의 기도 한 줄이 우리의 내일을 더 길고, 더 빛나게 만들 것이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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