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다.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소, 수많은 공장에서 매일 노동자들이 땀 흘리며 현장을 지켜내고 있다. 울산의 굴뚝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이 도시의 경제와 시민들의 생계를 지탱하는 삶의 기둥이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은 언제나 안전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특히 방폭(防爆) 안전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도시 전체를 멈추게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현장은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작은 전기 스파크에서 시작됐다. 불길은 삽시간에 확산됐고, 다행히 대형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2019년에는 울산의 한 화학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근로자들이 중상을 입고, 인근 도로가 한동안 통제되는 등 시민들의 생활까지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 사건들은 방폭 안전이 곧 울산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방폭이란, 폭발 위험이 있는 가연성 가스나 증기, 분진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전기·기계 설비가 폭발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과 제도를 뜻한다.
쉽게 말해 ‘폭발을 막는 설비와 절차’다. 스위치 하나, 조명기구 하나도 폭발 위험 지역에서는 특별히 설계되고 인증된 장비여야 하며, 노동자들은 그 장비를 올바르게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법을 정확히 배워야 한다. 방폭은 단순히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절차, 그리고 도시 전체의 안전문화가 결합된 총체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은 2년 전 전국 최초로 방폭안전교육센터를 세웠다. 출발은 매우 미약했다. 아무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빈 교실 하나로 시작했지만, 뜻 있는 기업이 소중한 장비를 기부했고, 교수진은 밤낮없이 땀을 흘리며 실습 교재와 교육 과정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지금은 울산시의 방폭 조례 제정 과정에서 사례로 언급되고, 정부와 지자체 각종 산업안전 사업에서도 중요한 교육기관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의미 있는 안전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법인의 예산 지원은 전혀 없었고, 울산시와 노동부, 나아가 라이즈 사업에서도 실질적인 뒷받침은 단 한 푼도 없었다. 센터의 이름은 각종 보고서와 회의 자료에서 오르내리지만, 정작 교육 현장을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허한 책임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센터는 명목상의 기관으로만 남을 위험이 크다.
방폭 교육은 단순히 기계 조작법을 가르치는 기술 훈련이 아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울타리이자,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안전망이다. 방폭 교육을 받은 노동자는 위험 징후를 더 빨리 알아차리고, 비상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울산의 안전을 지키는 힘이자,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된다.
이제는 각 기관이 답해야 할 차례다. 법인은 체계적인 예산 배정 계획을 세워야 하며, 울산시와 노동부는 방폭안전교육센터를 전략 사업으로 지정하고 재정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과 실질적인 재정이 뒤따라야만 울산의 안전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작은 불씨로 시작한 방폭안전교육센터가 앞으로 울산의 산업 현장을 지켜내는 등불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외롭게 꺼져버릴지는 결국 지금 기관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울산의 안전은 곧 대한민국의 안전이며, 산업의 심장은 안전 위에서만 뛸 수 있다.
지원 없는 안전은 없다. 방폭 교육이 살아야 울산의 미래도 살아난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나완석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