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에 조성된 청년 창업공간 ‘청년몰’이 운영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울산 청년몰의 공실률은 42%로 전국 평균(38%)을 훌쩍 웃돌았다. 시도별로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공실률이 높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 창업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내세워 전국에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지만, 현실은 폐점이 이어지고 절반여가 빈 점포로 남은 셈이다.
울산 남구 신정평화시장 내 ‘키즈와맘’ 청년몰은 지난 7월 기준 전체 19개 점포 중 8곳이 비어 있어 전국 평균 공실률을 웃돈다. 2층은 공예·디저트 등 체험형 매장 중심으로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았지만, 지하층 식당가는 여전히 불이 꺼진 점포가 적지 않다. 팬데믹 이후 매출 부진이 이어지며 퇴점이 누적됐고, 창업지원보다 시설 조성 위주로 설계된 사업의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 청년몰은 공간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사업에 예산이 집중된 반면, 경영컨설팅이나 마케팅 지원은 미비하다. 그 사이 정부의 관련 예산은 지난 5년간 68%나 줄었다. 2021년 43억8000만원이던 예산은 올해 13억7000만원으로 감소해, 리모델링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공실이 늘었다고 지원을 줄이는 건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다. 실적이 없어서 예산을 삭감할 게 아니라, 왜 성과가 나지 않았는지를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
청년몰의 어려움은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사업의 뿌리부터 현장과 괴리된 설계에 있다. 공모 평가는 전국 어디서나 같은 기준으로 진행돼 지역 상권의 특성이나 수요는 반영되지 않았고, 창업 이후에는 매출 관리·온라인 판로·브랜딩 지원 같은 실질적 사후관리 체계가 거의 부재했다. 결국 ‘지원사업’은 끝났지만 ‘지속 가능한 창업’은 남지 않았다.
청년몰을 비롯한 청년창업 공간은 ‘사업의 완결점’이 아니라 ‘창업 생태계의 출발점’으로 설계돼야 한다. 지역 특화 업종과 연계하고, 판로·인력·교육을 아우르는 통합지원 체계를 마련할 때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
청년 창업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지역의 손실이다. 울산의 청년몰이 제 역할을 한다면 지역 청년들이 꿈을 좇아 굳이 외지로 떠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청년몰 활성화는 곧 청년 창업 기반을 넓히고, 지역 일자리와 청년 유출 완화로 이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텅 빈 공간’을 ‘도전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지역에 청년을 붙잡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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