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몽골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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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몽골 기행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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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변호사

여행은 새로움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요즈음 몽골에 관광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필자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대학 시절 알게 돼 형제같이 지내는 큰스님이 몽골의 젊은 스님을 제자로 받아들였는데 그 스님의 법적 문제를 위임받아 도움준 것을 계기로 큰스님, 몽골 스님 등과 같이 몽골에 갔다. 몽골 스님은 어릴때 출가해 인연이 닿아 한국에 와서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2박4일간 일정으로 9월18일 아침 인천공항을 출발해 세시간 넘게 날아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공항 안내판에 한국어로 된 안내 문구가 있는 것을 보면서 어릴때부터 몽골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많은 몽골인들이 한국을 다녀갔으며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났다.

수의사인 몽골 스님의 동생이 차로 마중나왔다. 점심 무렵 도착이라 바로 그들의 생가를 방문했다. 울란바토르에서 3시간 넘게 달려 그 스님이 출가한 바론절히라는 사원에 먼저 들렀다. 미렁호르라 불리는 마두금으로 민속 음악을 연주하면서 환영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몽골 스님의 가족들이 사는 게르에 도착했다. 사방이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초원에 살면서 말, 양, 소 등 수백 마리를 키우고,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드는 가족형 목축을 하고 있었다. 한국 불교에 귀의하고자 떠난 아들과 함께 온 우리들을 시큼한 마유주와 함께 치즈와 고기를 내주며 환대했다. 아들을 불제자로 받아준 데 대한 감사 표시로 큰스님에게 말 한 필을 선물했다. 필자도 도와준 것에 감사 의미로 암말 한 필을 선물받았는데 다리가 짧지만 체격이 다부졌다. 1년 뒤에는 새끼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데리고 갈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방문 다음날 울란바토르 인근 칭기즈칸 마상동상을 보러 갔다. 몽골은 넓은 땅(한반도의 7배)에 인구(350만명)는 적으나, 가축이 많고 엄청난 지하자원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칭기즈칸의 나라다. 칭기즈칸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여러 부족을 통합,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대제국을 건설했다. 밀레니엄 초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천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그를 선정했다. 빌딩 높이의 동상은 몽골인들의 자부심 그 자체다.

남으로 인더스강까지, 서쪽으로 이슬람 압바스 왕조를 멸하고 헝가리 초원에 이르는 대제국으로 뻗어나갔으며, 남송을 정벌해 중국에 원나라를 세웠다.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대칸의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때 고려의 원종이 쿠빌라이를 찾아가 지지함으로써 고려는 비록 몽골의 침략을 받고 100여년간 지배를 받았으나 원종의 아들 충렬왕이 원 세조 쿠빌라이칸의 사위가 돼 몽골 제국의 부마국이었던 역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이 극심하다. 인구중 절반이 수도에 산다고 하니 어쩌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그런지 공기 질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 편의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 초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멀리 산에도 나무가 없었다. 사막화 방지와 황사 감소를 위해 한국의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가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를 가진 우리가 800여년을 뛰어넘어 이들을 돕고 있으니 역사는 늘 아이러니하다.

준쿠레 승가대학내의 박물관에 있는 대불(大佛)과 힌두교풍 불상과 가면 등의 유물, 스탈린 치하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간단테그치늘렌 라마교 사원의 현란한 예불 광경, 고르히테렐지 국립공원의 암벽 산과 매, 낙타 등이 인상적이었다. 음식은 야채가 별로 없고 온통 고기라서 다소 부담스러웠다. 여정이 짧았고 시내 호텔에 투숙하다 보니, 게르에서 잤던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밤하늘에 빛나는 주먹만한 별’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자정 무렵에 탄 귀국 비행기안에서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상상을 해 보니 마음이 설●다. 언젠가 게르에서 밤을 보내면서 선물받은 그 말을 타고 달려 본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듯하다.

박기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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