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이 발표한 ‘2026~2030학년도 중기학생배치계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이중 과제를 껴안은 청사진이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27명에서 24명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은 방향성만 놓고 보면 충분히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책의 타당성과 별개로, 과연 실행 가능한가라는 현실적 의문이 남는다.
이번 계획은 ‘학생 수는 줄어도 배움의 밀도는 낮추지 않겠다’는 울산교육청의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연도별 감축 목표를 제시한 점은 기존의 추상적 행정계획과 달리 구체성을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교육청이 감축의 근거로 제시한 ‘학생 수 감소’ 논리는 절반의 근거에 불과하다.
울산의 초등학생은 올해 5만8039명에서 2030년 3만8220명으로 34.2%가 줄어들 전망이다. 숫자만 보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에 좋은 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 학교는 통폐합이나 학급 감축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학급당 인원이 자동으로 줄지 않는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려면 오히려 학급 수를 늘려야 하고, 그만큼 교실과 교원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학생 감소로 학교 규모를 줄이면서 교원도 함께 줄이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결국 학생이 줄어도 교사와 교실이 줄면, 학급당 인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울산 역시 내년 교원 선발 규모가 약 15% 줄어들 예정이다. 울산시교육청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교사 감축이 병행되는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목표와 수단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교원이 줄면 학급당 인원 감축은 구호로만 남을 공산이 크다. 교사들의 수업과 행정 부담이 늘고, 기초학력 보장이나 개별화 교육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보다 많다.
울산시교육청의 계획은 방향이 옳지만, 실행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 교육은 숫자의 논리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같은 목표 아래 예산과 정원 배분, 행정 권한을 일관되게 설계하지 않는다면 ‘학급당 24명’은 계획 속의 숫자로만 남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의 시대일수록, 교육의 질을 지키는 정책적 일관성과 협력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