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서태지, 케데헌, 이제 우리가 K-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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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서태지, 케데헌, 이제 우리가 K-Education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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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겹겹이 쌓였던 비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에 금빛 가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가을빛을 가득 안고 떠났던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 하루 종일 들리던, 모든 반이 장기자랑 곡으로 골랐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난 알아요’에 맞춰 모두가 노래와 춤에 빠졌던 그 열기는 단순한 인기 그 이상이었다. 처음으로 ‘우리의 노래’를 만난 해방감과 설렘이었다.

19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질서를 완전히 바꿨다. 이전까지 성인의 사랑, 이별, 인생의 고단함을 노래하던 대중가요는 이들의 등장을 계기로 청소년의 언어와 감정을 담게 됐다. 거침없는 랩과 강렬한 비트, 사회의 관습에 도전하는 가사가 젊은 세대의 욕구와 불안을 힘 있게 대변했다. ‘교실 이데아’ ‘컴백홈’ 같은 곡은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질서에 가로막혔던 청춘들의 자유와 분노, 희망의 선언이었다.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도 닮은 흐름이 있었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영국의 ‘런던 보이즈(London Boys)’는 유로댄스 특유의 강렬한 리듬으로 젊은 세대에 열정을 불어넣었다. ‘London Nights’ ‘Harlem Desire’ 같은 곡들은 자기표현의 갈망과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담았다. 국가와 언어가 달랐지만 ‘정해진 질서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만의 목소리를 가진다’는 믿음이 세계 곳곳을 관통했다.

2025년 오늘의 학생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대한민국의 K-POP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그 변화의 상징이다. 작품 속 화려한 K-팝 문화와 역동적인 액션의 이면에는,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이 ‘자기다움’을 지키려는 내면의 성장과 갈등이 정교하게 그려진다.

1990년대 서태지가 사회적 틀과 억압에 맞서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면, 오늘날 K-팝 콘텐츠는 내면을 탐색하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청년 문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핵심 가치인 ‘전인적 역량 함양’과도 닿아 있다. 과거의 교실이 정답과 질서를 강조했다면, 이제 교실은 학생이 질문하고, 스스로 해석하며, 각자의 목소리로 세상을 표현하는 창의적 무대로 바뀌었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의 학생들은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며 성장한다. 배움의 과정을 스스로 주도하는 힘, 이것이 바로 한국 교육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다. 교실은 이제 각기 다른 리듬과 재능, 다양한 생각이 어우러지는 창의적 공간이 됐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기만의 노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기본이며, 우리가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근거다.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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