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매일 길 위에 선다. 일을 하기 위해, 배우기 위해 그리고 다른 할 일을 하기 위해. 삶도 곧 하나의 여정이며, 결국 ‘길’ 그 자체이다. 길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나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법칙을 깨닫고,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첫째, 길은 도전의 연속이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숨이 가빠지고 힘도 들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상이다. 인생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목표를 향한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과 시련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보람이 따르게 마련이다. 고된 산행 끝에 마주하는 풍경처럼, 정직하고 성실한 삶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길은 우리에게 ‘노력은 결실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둘째, 길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빠른 도착과 효율만을 중시한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마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흘린 땀방울이야말로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든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인생은 여행이지, 정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여정을 통해 얻는 배움과 교류, 성찰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다. 길가의 작은 들꽃이나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돌부리처럼,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오히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고은 시인이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고 했으리라. 인생도 그러하다. 길고 긴 여정의 매 순간을 음미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셋째, 길은 함께할 때 더 따뜻해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유머처럼, 누군가와 동행하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추억이 되고 위로가 된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인연이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공동체 속에서 완성되는 존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길은 우리에게 함께 가는 삶의 가치와 연대의 힘을 일깨워준다.
넷째, 길은 지름길이 늘 정답이 아님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종종 빠른 길을 택하려 한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돌아가는 여정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우회하는 길이 더 안전하고, 더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남긴다. 조급함은 실수를 부르고, 느림은 사유를 낳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고전의 경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길은 우리에게 속도보다는 방향의 중요성, 그리고 여유와 겸손의 미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다섯째, 길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듯, 우리의 인생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연속이다. 길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갈림길 앞에 서며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 선택의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든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 그것이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인생의 진정한 모습은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흔한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걷는 용기와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길은 단순한 이동의 경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축소판이며, 매일 우리에게 묻고 또 가르친다. 도전 속의 성취와 여정에서의 배움, 동반자와의 연대, 돌아감의 지혜 그리고 선택의 무게까지 모두 길이 전해주는 인생의 진리다.
오늘도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서게 된다. 앞날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여정이지만, 분명한 건 그 길 위에서도 우리는 다시 삶의 의미를 배우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길은 우리를 기다리고,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을 묻는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