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는 지난 5월15일 오후 7시45분께 발생했다. 방어진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50대 남성 A씨가 인도가 없는 좁은 골목을 걷던 중, 옆을 지나던 차량을 피하다 도로 아래로 떨어졌다. 사고 지점은 지면으로부터 약 3.5~4m 높이의 낭떠러지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평소 위험하다는 우려가 높았던 곳이다.
당시 해당 구간 주변에는 펜스가 일부 구간에만 설치돼 있었으며, A씨가 떨어진 지점은 펜스가 없었다. 또 가로등이 희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위험 안내 표지판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추락 직후 한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뒤 스스로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인근에 설치된 구조물 위에서 다시 미끄러지며 2차 사고를 당했다. 이후 119구급대에 의해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갈비뼈 골절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한 달여 치료 끝에 숨졌다.
유족들은 사고 이후 “누가 봐도 위험한 구간이었는데, 관리·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동구에 영조물배상을 청구했다. 영조물 배상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의 설치 및 관리 하자로 인해 시민의 신체나 재물이 훼손돼 법률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동구는 해당 사건을 민간보험사에 위탁해 심사를 진행했는데, 1·2차 모두 ‘본인 과실로 인한 낙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족들은 이에 반발하며 국가손해배상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에서 보다 철저한 조사 없이 100% 본인과실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본인 과실로 몰아 사건을 종결한 것에 대한 보험사 등의 사과와 고인의 자녀들을 위한 적절한 배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동구는 “사고 이후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사고 구간에 안전 펜스와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며 “유족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재심 또는 국가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진행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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