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최대 현안이던 관세협상이 지난 29일 경주에서 타결됐다. 양국은 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한 무역 현안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뤘으며, 미국이 예고했던 25%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고 15%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울산지역 산업의 숨통을 틔운 결정이다.
울산은 특히 대미 수출액 중 60% 이상이 자동차 산업이다. 만약 미국의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현대자동차와 수많은 협력 부품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지역 고용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번 관세 조정으로 울산 산업은 그나마 충격을 흡수할 최소한의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조선 분야 역시 마스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미 간 기술·투자 협력이 강화되면서, 울산 조선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 해소는 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 지수는 상승세를 보였고, 자동차주는 일제히 강세로 돌아섰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관세 쇼크로 영업이익이 1조원(29%) 감소했다는 3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 5% 이상 오르며 관세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경제계 등 각계의 환영 분위기와 함께 울산시도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시는 ‘지역 수출기업들이 직면했던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돼 투자와 고용 안정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이 곧 산업 구조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세라는 외부 변수는 해소됐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수소차·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고, 조선업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다음 위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런 시점에 현대차가 울산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연 것은 상징적이다. 현대차의 세계 두번째 수소연료전지 공장이다. 이 공장은 전기차 전용공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 단일 완성차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기지에서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울산은 이제 제조 생산 거점을 넘어, 수소·전기차·AI가 결합된 첨단 산업 생태계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업은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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