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취지와 개최 연수에 비해서
울산시민들에게 인지도 낮은데다
모체였던 월드뮤직페스티벌 폐지로
독자적인 글로벌 축제 가능성도 의문
내년 국비 중단땐 시비 충당도 부담
국비(일부)를 지원받아 2012년부터 울산에서 8년 째 이어져 온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APaMM·이하 에이팜)이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사업을 주관해 온 울산시와 울산문화재단은 이 사업의 지속발전가능성을 토로하지만 정작 예산권한을 쥔 울산시의회는 사업에 대해 공감도가 떨어지고 지역 문예계 일각에서도 애초의 거창했던 취지가 실현될 수 있을 지 회의적이고 울산문화토양에도 더이상 도움되지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년 에이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예산을 지원해온 울산시와 이를 받아 사업을 주관해 온 울산문화재단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에이팜’은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음악행사다. 아시아 대륙은 기본이고 태평양 연안 국가(미주 및 호주)의 뮤직페스티벌 및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 국내 뮤지션의 해외진출과 해외 뮤지션과의 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 개최 연수에 비해 정작 울산시민에게는 인지도가 낮다. 축제와 공연예술, 이를 취재해 온 언론인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대중을 위한 공연행사라기 보다 뮤지션이나 페스티벌 등 특정분야 관계자의 네트워크 쌓기, 공연정보를 주고받는 교류 행사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에이팜이 울산에서 시작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8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액 국비를 지원한 것이다. 첫 해엔 2억5000만원, 두번째 해에는 3억4000만원이 내려왔다. 이 배경에는 당시 전액 울산시 예산으로 치러지던 처용문화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 있었기 가능했다. 전세계 월드뮤직팀을 초대해 3일간 릴레이 공연을 펼치던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울산에서 열리니, 거꾸로 월드뮤직의 일환인 우리 국악(전통 및 퓨전)을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장을 함께 펼쳐 결과적으로 국악을 세계로 뻗어가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이에따라 울산시와 월드뮤직페스티벌 사무국은 국악의 해외진출은 울산 뿐 아니라 국가적 사업인만큼 정부가 사업비를 대야 한다고 설득했고 국악의 해외진출통로를 모색하던 정부가 이를 수용, 국비를 책정하게 된 것이다.
올해 에이팜이 난관에 부딪힌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시너지를 이뤘던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 지난 해 행사를 끝으로 전격 폐지됐기 때문이다. 8년 전 월드뮤직페스티벌의 가능성을 본 정부가 동반발전을 기대하며 부대행사 일환의 에이팜을 지원했지만, 정작 ‘모체’로서의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홀로서기 에이팜의 성공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으며 음악축제 빠진 지역에서 과연 아시아와 퍼시픽을 연대하는 ‘글로벌 뮤직미팅’이 얼마나 활성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출발 당시 전액국비였던 에이팜 예산도 현재는 총 3억4000만원 중 1억4000만원만 국비로 구성되고 나머지는 모두 울산시 몫으로 바뀌었다. 만약의 경우, 내년 이러저러한 이유로 국비지원이 중단될 경우 앞으로는 오롯이 울산시가 관련 예산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울산시와 울산문화재단는 폐지 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을 대신해 올해 처음으로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첫 프롬나드페스티벌은 태풍여파로 3일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발전가능성 면에서는 높은 평점을 얻었다. 다만 프름나드의 가능성과 별개로 이를 에이팜과 연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행위예술이나 거리극’ 위주의 프롬나드와 전통 및 퓨전국악과 인디밴드 세계진출을 위한 에이팜이 시너지를 이루기에는 장르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울산문화재단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공연예술전문가와 축제관계자, 공무원 등으로 구성한 에이팜포럼이 수십억원대의 예산을 새로 들여야하는 글로벌뮤직마켓 ‘워맥스’의 울산유치 가능성을 제안했다고 밝혀, 문예계 일각에서 현 시점에서 과연 올바른 발전방안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울산시와 재단 관계자는 “국비 부분이 줄어든 이유는 지방교부세 비율을 높이도록 한 정부 규정상 지난해부터 그렇게 됐다. 올해 행사는 태풍 등의 영향으로 어렵게 준비했던 내용이 제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국비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으며 시의회 설득에도 만전을 다하겠다. 프롬나드와의 연계성 강화, 지역문화토양 보강으로 에이팜 지속개최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 북구 머큐어앰버서더호텔(9월20~22일)에서 열린 2019 에이팜에서는 3일간 11개팀이 30분씩 공연(쇼케이스포함)을 펼쳤고, 음악 및 뮤직페스티벌 컨퍼런스가 열렸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