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장주 노동열(69)씨는 산불 당시를 회상하며 “강풍이 불며 검은 연기와 불꽃이 과수원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대피했지만, 꿈과 희망을 품고 만든 농장을 도저히 두고 떠날 수 없어 아내를 설득해 다시 돌아와 방화선을 구축했다”며 “주위가 깜깜해진 오후 10시까지 산불과 잔불을 끄기 위해 물통을 지고 수십 차례 산을 오르내렸고, 물이 다 떨어지자 도랑의 진흙을 퍼 담아 불을 끄는 등 살면서 그렇게 체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움직인 적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40년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며 고향에서 과수 농사를 시작했고, 주위의 관심과 지원 덕에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수확에는 이순걸 울주군수와 관계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 배는 다른 종이 섞여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황금 속살을 봉지 속에 숨긴 채 수확됐다. 나무 한 그루당 15㎏ 박스 5~6개가 수확됐다.
이날 수확된 품종은 ‘원황’ 조생종으로, 산불 피해지역에서 수확되는 배 중 첫 배다. 이 배들은 진주처럼 빛나는 봉지째로 곱게 수확돼, 오는 18일 미국 수출길에 오른다.
올봄 이곳을 덮친 재해는 한둘이 아니었다. 3월 대형 산불은 과수원의 숨통을 조였고, 이어진 개화기 냉해는 배꽃을 위협했다.
울주군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4월 산불로 결실이 부실해질 것을 우려해 드론을 활용한 인공수분 작업을 실시했고, 냉해 피해 직후에는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해 영양제를 지원하는 등 나무의 기력을 회복시켰다. 덕분인지 과수원에는 다시 초록이 돌아왔고, 가지마다 탐스러운 열매가 열렸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와 폭염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고품질의 울주 배를 생산해 주신 모든 농업인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울주군 농업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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