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댐 아래 묻힌 이야기를 건져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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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댐 아래 묻힌 이야기를 건져올리다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3.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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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곡박물관 자료집 ‘울산의 댐과 사람들’ 출간
28일 끝나는 특별전의 연장선…미공개 자료도 수록
각 댐별 실향민 이야기와 사진·도판자료 등 담아내
▲ 책 속에 수록된 손그림 ‘사연댐 편입부지 마을 위치도’.

울산은 실향민이 많은 도시다. 한국전쟁 이후의 빠른 경제성장은 사람들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나 울산은 유독 그 변화가 심했다. 오랫동안 살던 터전에 공장과 댐이 들어서며 그 곳에 살던 주민들은 고향을 뒤로하고 각지로 흩어져야 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아님에도 실향민이 많은 것은 ‘산업수도’ 울산이 지닌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울산대곡박물관이 선보인 특별전 ‘울산의 댐과 사람들’은 이같은 도시 특성에 주목하며 우리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잊혀진,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특별전은 이번달 28일 끝난다.

폐막에 즈음하자 대곡박물관이 같은 제목의 단행본을 내놓았다. 자료집이자 도록집인 이 책은 전시물품 근접촬영사진은 물론 전문가의 원고와 실향민의 이야기, 옛 항공사진에 그래픽을 더한 지도 등 미처 보여주지 못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1962년 1월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나서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울산에는 5개의 댐이 건설됐다. 선암댐(1964년·이하 준공연도), 사연댐(1965년), 대암댐(1969년), 회야댐(1986년), 대곡댐(2005년)이다. 마지막 대곡댐 건설로 이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지도 20년이 되었다. 이주민 1세대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몇몇 사람만이 남아 옛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수면 아래에 사금(砂金)처럼 반짝이는, 오래 된 기억들을 건져내야 하는 이유다.

▲ 책 <울산의 댐과 사람들> 표지.

사실 울산은 ‘대한민국 댐 건설을 위한 실험장’이나 마찬가지였다. 5·16군사정부 이후 우리 정부는 1965년에 치수와 이수, 수력발전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했다. 그 결과 소양강댐(건설기간 1967~1973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10개년 계획수립 이전에 울산에는 이미 선암댐과 사연댐이 축조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의 주요 하천 수자원조사자료가 기반이 됐다. 조선축항주식회사와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소도시 울산이 50만 공업도시로 개발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태화강, 척과천, 대곡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던 것이다. 국내 최초 공업용수 전용의 선암댐 이후 사연댐과 대암댐에 이르기까지 1960년대 지어진 3기의 울산 댐은 모두 토석 언제(堰堤)방식으로 축조됐다. 이후 지어진 소양강댐도 같은 구조다. 울산에서 얻은 댐 건설 경험이 이후 대한민국 댐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그 중심에 안경모(1917~2010)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1939년 조선총독부에서 일제의 울산개발허가 업무를 담당했다. 1962년에는 울산개발계획본부장이 되어 군사정부의 울산특정지역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선암댐, 사연댐, 그리고 대암댐도 그의 지휘 아래 있던 울산특별건설국이 지었다. 그는 1965~1967년 교통부장관을 지낸 기간을 제외하면 1983년까지 국내 댐 개발과 산업기지 개발을 모두 이끌었다. 현재의 한국수자원공사 전신인 한국수자원개발공사는 1967년 11월 창립됐는데, 안경모는 창립 한달만에 제2대 사장으로 취임해 1983년까지 무려 16년 간 그 자리를 지키면서 1970년대 4대강 유역 종합개발계획 아래 우리나라 하천과 댐건설을 주도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책 속에 수록된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의 ‘도움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책 목차는 울산의 경제개발과 댐건설 과정, 각 댐별 이주와 실향에 대한 기억, 사진으로 달래는 망향의 정, 도판 등의 순으로 구성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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