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94)]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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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94)]미나리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3.1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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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 질 수 있어.”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한 말이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간 한 가족의 이야기다. 모니카의 엄마이자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윤여정은 막상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러던 중 집과 다소 떨어진 개울가를 발견,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심었다. 미나리를 심으며 윤여정은 ‘아무 음식에나 넣고 먹어도 맛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미나리는 윤여정의 말처럼 아무데나 막 자란다. 그리고 아무 음식에나 넣어도 맛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메리칸 드리머들의 삶은 악착같다.



깨진 마음처럼/ 사방 휘날리는/ 종잡을 수 없던 겨울을// 올올이 빗기어/ 단단히 잡아맨/ 미나리 한 상자// 기다릴까 걱정하며/ 미리 보낸 편지처럼/ 봄내음이/ 진저리 나도록 파랗다// 오래 껴입고 있던/ 외로움을 갈아입히려는/ 그대 마음인가// 한동안 못 본 모습/ 귀에 들릴 듯/ 미나리 한 단/ 가만히 들어 귀 대어 본다 ‘한재 미나리’ 전문(이인구)

 


미나리는 물을 뜻하는 옛말 ‘미’와 풀 또는 나물을 뜻하는 ‘나리’가 합쳐진 단어다. 영어로는 water parsley 또는 water celery로 쓴다. 그만큼 물기가 많은 곳이면 어디에서든 잘 자란다. 미더덕의 ‘미’도 물이라는 뜻이다. 물에서 자란 더덕이라고나 할까. 생김새를 보면 미더덕과 더덕이 비슷하긴 하다. <고려사>에 ‘근전(芹田, 미나리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미나리는 고려시대 때부터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은 ‘미나리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다. 머리를 맑게 하며 대장과 소장을 원활하게 해주는 등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또 술을 마신 뒤 열독을 내려준다’고 기술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장다리는 한철이요 미나리는 사철일세’라는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인현왕후의 복위운동 때 한양의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다. 그 이후 장희빈은 사약을 받았고, 인현왕후는 환궁했다. 사시사철 서민과 함께 하는 미나리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울산 인근에서는 ‘한재 미나리’가 유명하다. 전국 미나리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미나리 생산단지이다. 영화 ‘미나리’를 보고 출출해질 무렵 미나리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 할까나.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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