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꽃이 국가정원 연못가에 활짝 피었다. 붓꽃은 꽃봉오리가 먹물을 머금은 붓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붓꽃 봉오리가 오므려 있으면 꽃인지 줄기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붓처럼 생긴 봉오리가 어느날 아침 활짝 펴지면 비로소 꽃인줄 안다.
각시가 따라나설까봐/ 오늘 산행길은 험할 텐데, 둘러대고는/ 서둘러 김밥 사들고 봄 산길 나섰습니다/ 허리 낭창한 젊은 여자와 이 산길 걸어도 좋겠다 생각하며/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 오르는데/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산비알에/ 저기 저기 각시붓꽃 피어있습니다/ 키가 작아서 허리가 어디 붙었나 가늠도 되지 않고/ 화장술도 서툴러서 촌스러운 때깔이며/…/ 세상에나, 우리 각시 여기까지 따라나섰습니다/ 세상에 내가 최고로 잘 난 줄 아는 모양입니다….
‘각시 붓꽃을 위한 연가’ 중에서(복효근)

붓꽃은 ‘아이리스(Iris)’라고도 불리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2009년에는 김태희가 주연한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가 전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아이리스’는 통일을 방해하려는 비밀단체의 이름이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김태희가 아이리스 꽃을 보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후 아이리스 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아이리스는 프랑스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루이 왕조의 문장(紋章)으로, 프랑스가 세력을 떨치던 시기에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지금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각종 휘장이나 표상(表象)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아이리스는 원래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던 절세 미인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아이리스는 왕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했으나 그가 죽자 남자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았다. 그러나 자신을 흠모하던 화가가 자신이 좋아하던 꽃을 살아있는듯 그려내자 그의 아내가 됐다. 이후로 아이리스는 그 꽃의 이름이 됐다. 유럽에는 아이리스란 이름의 여성이 꽤 많다고 한다.
아이리스 즉 붓꽃은 고흐의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고흐는 말년에 붓꽃을 자주 그렸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붓꽃 그리기에 열중했다. 그는 붓꽃이 불안한 영혼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주는 형태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병원 화단에 피어 있는 붓꽃을 흥미롭게 관찰했던 고흐는 아이리스 걸작을 많이 남겼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