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회복자금, 동네 빵집은 되고 떡집은 안돼
상태바
희망회복자금, 동네 빵집은 되고 떡집은 안돼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1.10.0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코로나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한 5차 희망회복자금이 지원됐지만 동네 서점, 꽃집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희망회복자금은 방역조치로 어려움을 겪은 업체나 경영위기업종을 중심으로 지원된다. 업종 평균 매출이 10% 이상 줄어든 업종만 골라, 그 중에서도 매출이 줄어든 가게들만 주기로 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온라인 매출이 높은 대기업과 같은 업종으로 분류된 꽃집, 서점, 떡집, 용달업체 등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울산에서 용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1톤 화물차를 이용해 간단한 가구를 옮기거나 원룸이사 등을 주로 한다. 코로나로 일감도 뚝 끊겼고, 하루 1건의 운송조차 어려운 날이 많다. A씨는 “한달에 18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기도 빠듯하다. 기름값을 제외하면 순수입이 13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A씨는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럭 배달은 국세청 업종 분류상 용달화물자동차 운송업인데 이 업종은 통째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업종에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같은 대기업의 택배 기사들도 포함돼 있는데 지원 대상이 되려면 업종 평균 매출이 10% 이상 줄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 용달협회 관계자는 “용달화물의 경우 소규모 화물을 수송하는 영세 생계형 업종으로 코로나 확산 이후 물동량 자체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대기업 택배사와 업종 분류가 같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면서 “정부에 분류코드 개선을 요구했지만, 끝내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추가 지원되는 재난지원금도 같은 사례가 적용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각지대는 곳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네 서점도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다. 동네 서점은 온라인 수업 대체로 강세를 보인 예스24과 함께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매출을 통틀어 기준점을 잡으면서 희망회복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꽃집 또한 지급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온라인 유통을 주로 하거나 도·소매를 같이 취급하는 대형 꽃집과 동네 작은 꽃집을 한꺼번에 ‘화초 및 식물 소매업’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꽃집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입학식, 졸업식이 다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고, 개업하는 가게도 없어서 매출 타격이 큰 상태다. 그런데 왜 꽃집은 제외가 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라면 선별기준 또한 정확하고 공평하게 마련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동네 빵집들은 지원을 받았지만, 떡집은 제외돼 떡집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떡집은 국세청 분류 코드가 ‘떡류 제조업’으로 돼 있는데, 이 업종에는 대규모 떡 공장들도 함께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정시장에서 떡집을 운영중인 C씨는 “코로나 이후 잔치 답례떡 주문이 크게 줄었다. 주문이 들어와도 예전과 비교하면 소량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똑같이 위기를 겪고 있는데 빵집은 지원을 받고, 떡집은 지원이 안 된다니 차별받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11월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있으나 이런 선별 기준 자체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