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강풍에 헬기투입 지연…언양산불 피해 키워
상태바
가뭄·강풍에 헬기투입 지연…언양산불 피해 키워
  • 이왕수 기자
  • 승인 2022.03.0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6일 산불이 발생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야산이 시커멓게 변해있다.

지난 2013년에 이어 만 9년 만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의 야산은 화마의 흔적이 역력했다. 갓 자라나기 시작한 어린 나무는 시커멓게 그을리거나 한 줌의 재로 변했고, 산불감시원과 소방대원, 공무원 등은 잔불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며 산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지난 6일 오후 3시48분께 입산자 실화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언양 산불은 인명 피해 없이 임야 약 13㏊를 태우고 거의 10시간만에 진화됐다. 약 6억5000만원 상당(울주군 추정)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산불은 초기 진화에 투입될 수 없었던 헬기, 강풍, 가뭄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산불방지대책본부는 산불이 발생한 지 약 50분 뒤 “불길이 잡혀가고 있다. 피해 면적은 0.5㏊ 정도로 추정된다”고 취재진에 알렸다. 하지만 오후 5시가 넘어서면서 언양 일대에 평균 풍속 3~4㎧수준의 다소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직동리 신화마을 주민 A씨는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산 정상쪽으로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진화용 헬기가 화재 초반 투입되지 못한것도 산불 피해를 키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울산시가 산불 진화를 위해 임차한 헬기는 이날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투입됐고, 울산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정비 기간이라 산불 진화에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 임차헬기가 급히 복귀해 언양 현장에 투입된 시간은 오후 5시10분께로, 인근 저수지에서 퍼온 물을 약 5분에 한 번씩 뿌렸지만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거기다 일몰 이후부터 헬기 진화가 중단되면서 오롯이 사람의 힘으로 진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대급 최악의 가뭄도 산불을 키우는데 한 몫했다. 지난 겨울(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울산 강수량은 6.6㎜로, 평년값(106.9㎜, 1991~2020년)의 6%에 불과했다. 이는 울산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45년 이후 가장 적은 강수량이다. 지난 겨울 전국 강수량(13.3㎜)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지난 2013년 산불로 큰 나무 상당수가 불에 탄데다 진화 헬기를 띄울 수 없는 밤 시간대 바람이 잔잔해져 7일 오전 2시께 완진됐다.

정호영 울주소방서장은 “다행히 산림이 울창한 산 너머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방화선을 제대로 구축해 산불 확대를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