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20)]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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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20)]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 이재명 기자
  • 승인 2019.09.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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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가을 타는 남자 추남(秋男)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이 즈음에는 일조량과 기온이 떨어지면서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감소해 의욕이 떨어지고 불안감이 증가한다고 한다. 가을철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책,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해 산소 섭취량과 햇볕 쬐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 출렁 목이 맵니다// 아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잊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피고 있는 임자 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 살랑 맴을 돕니다.… ‘짝사랑’(고복수)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의 노래 ‘짝사랑’은 요즘 가을 타는 추남들의 가슴을 더 아리게 한다. 1936년 발표된 ‘짝사랑’은 ‘으악새’의 울음으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가을을 상징하는 으악새는 어떤 새일까. 국어사전을 찾아 보면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명사)‘억새(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의 방언(경기).

한 동안 으악새가 어떤 새인가를 두고 설이 분분했다. 혹자는 왜가리의 울음이 ‘으악, 으악’으로 들리니 왜가리의 다른 이름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왜가리를 ‘왁새’라고 부르니 같은 이름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많았다.

으악새가 가장 슬피 우는 곳은 영남알프스 억새평원이다. 특히 바람재라고 불리우는 간월재에 우수수 바람이 지나가면 간월재 억새평원에는 으악새들이 떼지어 구슬프게 운다. 신불산~영축산 사이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광활한 ‘으악새 평원’에는 바람이 이리저리 지나 다니며 구름도 몰고 온다.

노총각 고복수는 한 때 소녀 가수 황금심에게 마음을 뺏겨 전속사까지 옮긴 순정남이었다. 꾀꼬리 여가수 황금심의 ‘알뜰한 당신’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으악새 구슬피 울었던 4년을 기다리다 마침내 1941년 결혼에 골인했다. 부부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에서 최초의 가수 커플이 되었다.

▲ 간월재(2018년 10월3일).


울고왔다 울고가는 설은 사정을/ 당신이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나요/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무슨 까닭에 모른체 하십니까요/… ‘알뜰한 당신’중(황금심)



10월이면 영남알프스 일대는 온통 억새밭으로 바뀐다. 등산객들은 광활한 억새평원을 호흡하며 가을을 폐부 깊숙이 들이켠다. 으악새 슬피 우니 벌써 가을이 왔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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