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통해 항암효과 소문
개 구충제 품절사태와 유사
사람용이라 판매 거부 못해
다량·장기복용 부작용 우려
개 구충제 품절사태와 유사
사람용이라 판매 거부 못해
다량·장기복용 부작용 우려

15일 울산 북구의 한 약국. 알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를 찾자 약사가 손사레를 쳤다. 2주전부터 찾는 발길이 갑자기 늘더니 지난주에 이미 전부 품절됐다는 것. 이날 중·남·북구 일대의 약국 10곳을 무작위로 방문한 결과 알벤다졸 성분의 구충제가 남아있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한 곳은 취재중 마지막 제품이 판매돼 품절됐고, 나머지 한 곳도 물량이 얼마 없어 사실상 품절 상태였다.
구충제 품귀 현상은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알벤다졸 구충제가 항암효과는 물론 비염·당뇨병 치료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개 구충제 품절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다. 울산에서 알벤다졸 품귀 현상이 발생한 건 불과 열흘 사이로 최근엔 알벤다졸 대신 플루벤다졸까지 싹쓸이 해가는 손님도 늘고 있다는 게 약국들의 설명이다.
울산시약사회 이장우 동물약품이사는 “펜벤다졸은 개구충제로 사람 복용 목적일 시 판매 금지 지침이 명확하지만 알벤다졸은 애초에 사람용이라 손님들이 구충 목적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판매할 수밖에 없다”면서 “장기·과다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안 알려지고 검증되지 않은 장점만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약국은 구충제를 다량 구매하려는 손님에게 구충 목적인지 먼저 묻고, 다량 구매 복용후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손님 본인의 책임이라는 답변을 받고 판매하는 곳도 있다.
울산대학병원 민영주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펜벤다졸·알벤다졸이 정말 항암효과가 뛰어났다면 애초에 항암효과 쪽 의약품으로 개발돼 판매됐지 구충제로 판매되지 않았을 것이다. 구충제는 단기 복용약으로 용량에 맞게 복용해야지 장기·과다 복용할 경우 독성간염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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