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보다 높은 도로, 주거환경 개선 아닌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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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보다 높은 도로, 주거환경 개선 아닌 악화”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2.11.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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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 일산진마을 낮은 주택들이 높은 도로로 인해 저수지형태로 도로에 둘러싸여 지붕만 보이고 있다.
울산 동구 일산진마을 주민들이 높은 도로에 집이 둘러싸여 우천 시마다 집안으로 물이 넘치진 않을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총사업비 200억원이 투입된 일산진마을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저지대에 있는 주택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로를 개설해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악화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동구 등에 따르면 일산진마을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동구 일산동 155 일대 6만3652㎡ 부근에 도로를 개설하고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오래돼 방치된 어구·어망 창고나 도로에 접한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나머지 주택은 유지하는 현지개량방식으로 진행됐다.

동구는 지난해 8월 국비 65억원, 지방비 135억원 등 총사업비 200억원을 투입해 일산진마을의 도로개설 사업까지 마쳤다. 하지만 새로 낸 도로가 주변 택지보다 1~2m 정도 높게 위치해 주택을 감싸고 있는 일종의 저수지 형태로 만들어졌다. 도로 위에서는 주택들의 지붕만 보일 정도로 도로와 주택간의 높이 차이가 크다. 현재 주택 10여가구가 도로보다 낮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주민 A씨는 “집이 높은 도로에 둘러쌓여 집안이 그늘지고 축축해 습도가 높아 매일 문을 열고 있어야 한다”며 “비가 올 때는 도로 위에서 물이 떨어져 집이 잠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홍유준 울산시의원은 “동구는 도로 건설에만 집중해 낮은 주택 등의 주변 여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오히려 악화된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들 주택은 도로와의 편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기간도 오래 걸려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힘든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에 빗물 등 범람에 대한 우려와 높은 습도 등의 문제가 고착화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동구 관계자는 “실시설계 당시 강우 강도에 따른 범람 정도를 모두 계산해 포함했다. 도로 곳곳에 배수관, 우수관 등을 설치해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조치를 모두 해둔 상태”라며 “작년 8월에 설치를 한 뒤부터 태풍, 우천시 실사 모니터링을 나가 확인해본 결과 주택으로 빗물이 넘쳐 들어가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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