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러 나선 30대 가장, 73년만에 울산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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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키러 나선 30대 가장, 73년만에 울산 가족 품으로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4.04.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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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지키기 위해 아내와 어린 남매를 뒤로 하고, 고향인 울산을 떠나 자원 입대한 6·25 전쟁 국군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04년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일대에서 발굴된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서 전사한 국군 제5사단 소속 고(故) 차말줄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유단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 여러 명이 매장됐다’는 지역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2004년 9월 횡성에서 고인의 유해를 발견했다.

2010년 9월 고인의 아들 차성일(1949년생)씨를 찾아 유전자검사를 했지만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더 정확한 최신기술을 적용해 올해 3월 부자 관계임을 최종 확인하게 됐다.

1917년 3월 울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정유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9월 자원입대했고, 이듬해 2월8일 중공군 공세에 맞서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 참전했다 34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은 1970년 야간 훈련 중 부하가 안전핀을 뽑다가 놓친 수류탄을 온몸으로 덮어 소대원을 구한 뒤 산화한 고(故) 차성도 중위(육군3사관학교 1기)의 삼촌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울산시 보훈회관에서 열렸다. 국유단은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을 전달했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아들 차성일 씨는 “제 생애 동안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서울 현충원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울분을 달래왔다”며 “험난한 산꼭대기를 수차례 오르내리며 아버지를 찾아준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난다. 노력해주신 국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신원 확인으로 2000년 4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29명으로 늘었다.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000만원이 지급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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