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14)‘매화’-기생 두향(杜香, 생몰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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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14)‘매화’-기생 두향(杜香, 생몰 미상)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4.1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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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우는데,
어느덧 술잔 비워지고 님 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 어이할까 하노라.



“저 매화분에 물을 주라”

도산서원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낙동강은 지난 겨울 비가 잦은 탓에 넉넉한 물의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수면 위로 사월의 봄빛은 윤슬이 푸르게 어리고 있었다.

물이 차올라 강 건너 작은 마을은 아득한 꿈의 나라로 잠겨들게 하고 서원 앞뜰에는 매화 한 그루가 올해 햇꽃은 이미 진 뒤라 청매의 푸른 향기만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매화가지 사이로 안동댐, 물의 세계가 평화롭게 열리고 있었다.

퇴계 선생이 48세에 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그 고을 관기(官妓)였던 18세의 어린 두향이 선생의 수발을 들었다. 두향은 가까이에서 모시는 선생의 인품에 감복해 흠모하였고, 퇴계 선생도 부인과 아들을 잇따라 잃었던 터라 공허한 가슴에 두향이를 옆에 두었다.

30년 세월 차와 신분을 뛰어넘는 숭고한 인간의 정을 나누게 된 것이다. 두향은 관기이면서도 성품이 법도와 예절에 어긋남이 없었고, 시와 서, 거문고에 능하며 함께 매화를 좋아했다.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퇴계 선생이 부임 9개월 만에 경상도 풍기군수로 전근 발령을 받았다. 관기를 못 데리고 다니는 규율이 있어 두향을 두고 선생은 풍기로 떠나야만 했다. 그때 두향이 매화 시 한편과 매화분을 전해드렸다. 훗날 퇴계 선생이 남기신 “저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유언은 유명하다. 도산서원 뜰에 저 매화는 두향매가 대를 이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낱 어린 관기와의 사이 그 애달픔을 잊지 않음이 또한 군자의 예(禮)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선생이 남긴 매화 시(詩)가 1백 수가 넘는다고 한다. 선생의 시 한수를 읊어본다.

빈 방에 홀로 조용히 앉았는데/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을 다시 보니/그대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고 한탄 말라.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전해오는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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