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꾼들과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품격 있고 풍요로운 무대였다.”
울산시립무용단이 지난 1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마련한 기획공연 ‘춤꾼’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춤꾼들과 호흡하며 즐기는 공연이었다. 꽉 찬 좌석은 춤꾼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를 체감하게 했다.
울산시립무용단의 춤꾼들은 춘앵전, 춤산조, 태평무, 승무, 한량무, 십이체장고춤, 살풀이춤, 달구벌 입춤 등 우리 춤의 원형을 간직하고 맥을 잇는 유파별 전통춤들을 선보였다.
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무대 장치, 효과, 꾸밈은 최소화하고 춤꾼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만큼 전통춤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다 전국 시립무용단 중 유일하게 무용단 내 편성된 국악반주단의 반주가 춤꾼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첫 번째 무대로 춤꾼 김주현이 선보인 ‘춘앵전’은 마치 꾀꼬리가 춤을 추는 것처럼 사랑스럽고 우아했다. 이어진 ‘춤산조’ 공연은 유일하게 두 명이 등장했는데, 대금 연주를 맡은 박성태 단원과 춤꾼 김미정의 노련한 호흡이 느껴졌다.
세 번째로 선보인 춤꾼 오수미의 ‘태평무’는 여왕이 춤을 추는 것처럼 우아했다. 특히 상궁이 등장해 옷을 받아가는 장면은 왕비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춤꾼 이시은의 ‘승무’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크게 느껴졌다. 무대 종반부 법고(북놀이)를 힘차게 연주하는 모습은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울산시립무용단의 막내 단원인 춤꾼 변창일이 춘 ‘한량무’는 유일한 남성 춤이었다. 마치 학이 구름 위로 비상하는 형상에서 인생무상이 연상됐다.
최미정의 ‘십이체장고춤’은 국악반주단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막판 서로 경쟁하듯이 연주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김수진의 ‘살풀이춤’은 정적미의 단아함과 한의 비장미가 느껴지는 춤이었다.
남윤주의 ‘태평무’는 앞선 태평무와는 다른 유파의 춤이었다. 오수미가 강선영류의 태평무를 보였다면 남윤주는 한영숙류의 태평무를 선보였다. 앞선 태평무 무대에서는 여왕의 우아함이 강조됐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민첩한 발디딤이 포인트였다.
마지막 무대인 송가영의 ‘달구벌 입춤’은 허튼춤의 투박함 속에서 소박한 여성미가 느껴졌다. 제자들의 열띤 응원도 인상적이었다.
한 50대 여성 관람객은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들이 무대를 찾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전통춤들이 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무대가 바뀔 때마다 다음 무대를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해 흐름이 끊긴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