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동구 방어진 일대의 역사를 기록한 공간인 방어진 역사관도 지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중 하나다. 동구청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13억여원을 투입해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 2채를 매입해 277.52㎡(지상 2층, 2동) 규모의 방어진 역사관을 건립해 2021년 4월8일 개관했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열식으로 전시된 기록물에 타 박물관·역사관과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콘텐츠도 적어 지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나열식으로 전시된 기록물에 테마 부족
지난 24일 찾은 동구 중진1길 30(방어동 3444)에 위치한 방어진 역사관. 방어진 역사관은 전시관 2곳, 영상관 1곳, 해설사 상주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어진 마을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계단식으로 조성된 제 2전시관을 먼저 방문했다. 방어진항 일대의 역사가 시작된 삼국시대부터의 사료와 1940년부터 현재까지의 방어진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이후 옛 가옥의 형태와 분위기를 재현한 제 1전시관을 방문했다. 낮은 천장과 과거 주택의 방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제 1전시관에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광복, 현대 시기의 생활물품과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찾은 2층 영상실에는 방어진항 마을 및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영상이 약 20분간 상영됐다. 그러나 나열식으로 전시된 기록물에 방어진 역사관만의 테마와 차별성이 부족하게 느껴졌으며, 콘텐츠도 부족했다.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은 “방어진 역사관을 만들때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했던거 같다”며 “일제강점기 시절 방어진의 이야기 등 하나의 테마를 정해 그에 맞게 콘텐츠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구는 개관 이후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해 3~4월 지역주민 기부 물품을 추가하는 등 정비공사를 시행하고, 명칭도 기존 방어진 박물관에서 방어진 역사관으로 변경했다.


◇방어진 관광지 및 문화시설과 연계 필요
동구 방어동 등에는 슬도아트, 문화공장 방어진 등 최근 몇 년새 관광지와 연계한 문화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방문객들이 슬도와 대왕암공원 인근에 위치한 슬도아트, 문화공장 방어진 등에 머물다 갈뿐 방어진 역사관까지는 찾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방어진 역사관과 슬도아트의 관람객 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슬도아트 관람객은 2월 6226명, 3월 9422명이다. 같은 기간 방어진 역사관의 관람객은 2월 326명, 3월 340명으로 슬도아트 관람객의 5%, 3%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간 방어진 역사관의 누적 관람객은 3669명으로 슬도아트의 한 달 관람객 수보다 적은 실정이다.
방어진 역사관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방어진 외곽에 위치한 슬도만 찾지 안쪽에 위치한 방어진 역사관까지는 잘 오지 않는다”며 “방어진 역사관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은 방어진 역사관에 시민들이 머물다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지역 관광지들과 연계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일제강점기 시절 방어진의 역사를 살려 방어진초등학교, 일제강점기 경찰서 터, 방어진 역사관으로 이어지는 걷기 코스를 만드는 등 방어진 전체가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울산박물관이 방어진 역사관보다 먼저 생기면서 지역민들이 울산박물관에 물품들을 다 기부해 콘텐츠 자체가 적다. 동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최대한 방어진 역사관을 구성했다”며 “관광지 및 문화시설과 연계해서 홍보할 수 있는 방안들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