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태화강역은 울산의 얼굴
상태바
[경상시론]태화강역은 울산의 얼굴
  • 경상일보
  • 승인 2024.06.0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장·공학박사

울산이라는 도시가 집이라면 대문은 어디일까. 그리고 사람의 얼굴이라면 정면은 어디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도시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1962년에 처음 만들어진 도시계획에서 울산의 대문이자 얼굴은 새로 계획된 울산역이었다. 신 울산역을 도시의 대문이자 얼굴로 했던 도시계획은 불과 8년 후인 1970년에 바뀌었다. 처음에 울산역은 지금의 울산광역시 남구 번영사거리부터 여천천 사이에 동서로 길게 계획되었지만, 1970년에 현재의 태화강역으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1966년 울산시찰 중에 박정희 대통령이 비만 오면 침수되는 달동, 삼산 저지대에 주택지를 만들고, 운하를 파겠다고 한 도시계획을 크게 질타했고, 철도청도 여천천 때문에 역을 만들기 힘들다고 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그런데, 원래 계획된 울산역 위치는 일제강점기때의 작품이었다. 따라서 1942년부터 1970년까지 역 계획지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때 역 광장 중심에서 중구 방향으로 결정한 도시의 중심 도로가 지금의 번영로이고, 남구지역 다른 도로망은 이것을 따라서 결정되었다. 도로 폭도 중요한데, 철도역이 위치를 바꾼 1970년 이후에도 번영로 노선은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도로 폭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986년 이전의 옛 울산도시계획도를 보면 번영교 남쪽부터 당초 계획된 울산역까지는 번영로 폭이 무려 100m였다. 이것이 지금과 같이 50m로 바뀐 것은 1986년 도시계획부터다.

이제 처음의 의문에 답을 할 차례다. 1986년 이전 울산의 얼굴은 신 울산역이었고, 정면은 역의 정면, 즉 역 광장에서 바라보는 울산역이었다. 말을 바꾸면 ‘100m 폭의 번영로에서 바라보는 울산역’이 울산이라는 도시의 얼굴 정면이었다. 지금 울산에는 이런 도시의 얼굴이나 그 정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너무 많을 수도 있으나,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듯이 울산처럼 중심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에서 도시의 얼굴은 너무 많아도, 또 잘 보이지 않아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럼, 현재 울산의 얼굴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무래도 태화강역이 아닐까 싶다. 왜냐 하면 폭이 50m 가까운 삼산로와 마주 보고 선데다가 태화강역이야말로 이제 명실상부한 울산의 주 현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화강역은 위치와 입지는 울산의 얼굴인데, 배치와 건축물 디자인은 이런 장소의 격에 맞지 않는다. 즉, 2022년에 철거된 기존 역사도 삼산로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현재의 역사는 아예 삼산로를 외면하고 앉아 있다. 삼산로에서 태화강역을 바라보면, 역은 보이지 않고 멀리 송전탑과 염포동 일대의 산만 바라보인다.

태화강역이 시설과 설비 면에서는 울산의 중앙역일지 모르지만, 정면은 커녕 얼굴도 보이지 않아서는 곤란하다. 최근에 새로 지은 동대구역을 보면 역이 단순히 승객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997년에 새로 준공한 일본 교토역은 지상 16층으로 높이 60m, 폭 70m에 길이는 무려 470m나 된다. 철도 승객이 이용하는 공간은 전체 면적 약 24만㎡의 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호텔, 레스토랑, 극장, 주차장 등이 갖춰진 복합상업빌딩이다. 국제설계공모에서 ‘교토는 역사의 문’이라는 주제로 제안한 도쿄대 건축과 하라 히로시 교수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교토와 같은 관광도시는 아니지만 현청 소재지인 ‘하카다역(하카다시티)’이나 가나자와역 등도 큐슈 신칸센과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으로 복합상업시설을 갖춘 새로운 역사를 갖춘 점은 교토와 같다. 일본의 철도역은 이전부터 백화점과 호텔은 한 세트였다.

태화강역도 이제 이런 모습으로 바뀌어 갈 때가 지나고 있다. 울산은 그동안 인구 120만명에 가까운 대도시이면서 철도는 빈약했다. 그러나 2021년에 수도권 밖 최초의 광역전철망이 개통되었고, 올 연말에는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을 앞두는 등 울산이 철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서 태화강역을 ‘도시혁신구역’이나 ‘복합용도구역’으로 지정, 개발한다면 태화강역을 중심으로 한 삼산 일대를 울산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이자 진정한 울산광역시의 도심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사족 하나, ‘태화강역’도 이제 ‘울산역’으로 바꾸고, 기존 KTX 울산역은 ‘신울산역’으로 고쳐야 할 때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장·공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바닷가 미관 해치는 ‘도료광고’ 눈살
  • 트램 통과 구간 공업탑로터리 평면화 여부 촉각
  • [발언대]염포산터널 정체 해소를 위한 제언
  • ‘울산도시철도 1호선’ 공청회, 태화강역~신복교차로 30분, 버스보다 15분 아낄 수 있어
  • 서울산권 도시지역 확장 속도낸다
  • [경상시론]태화강역은 울산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