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 일원에 위치한 나지막한 골목길 안에는 낡은 고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한복집이 있다.
10년 전 처음으로 바느질을 시작해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만 어느덧 5년째 한복집을 운영하는 최봉해씨가 이 공간의 주인이다. 그는 지난달까지 성남프라자를 뒤로 끼고 난 큰길가에서 손수 만든 한복을 전시하고 판매해 왔다. 처음 몇년간은 매출에 단 한 번도 파란불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으나 만든 제품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러 거리로 나서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결국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직접 원단을 개발하고 디자인해 만드는 최씨의 한복은 조금 특별하다. 꾸준한 연구의 결과로 생활한복처럼 가벼우면서도 격식을 갖출 수 있는 단아한 패턴과 디자인이 그만의 특징이자 자산이다. 이 같은 노력에 최봉해씨의 한복은 격식을 갖추는 자리에서부터 일상복까지 취급하고 있는 종류의 스펙트럼이 넓다.
최씨는 10년 전 한창 서울에서 ‘생활한복’이 유행하던 당시 배운 기술로 울산 동구에서 첫 가게를 오픈했다. 그러나 수도권과는 달리 울산 지역에선 생활한복에 대한 수요가 적어 사업 초반 난항을 겪었다. 이에 그는 자신이 만든 한복을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알려야겠다 다짐하고 거리로 나섰다.
한번 알려지자 입소문을 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최씨의 새 디자인이 발표될 때마다 구매하는 등 작품을 기다리고 좋아해 주는 소비자들도 여럿 생겼다.

‘플리마켓’이라는 도구를 통해 한차례 도약을 이룬 최씨는 가게 이전을 위한 장소 물색에 나섰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으면서 판매 중인 한복이 잘 살 수 있는 분위기의 공간을 찾던 중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다 1년째 방치중인 고택을 발견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 리모델링에 팔을 걷어붙였다. 청소부터 마당에 놓을 돌을 나르는 작업까지 함께 하는 직원 한 명과 둘이 진행했다. 곰팡이는 예사고 바닥을 걷을 때마다 온갖 벌레들이 튀어나와 애를 먹었다.
가게를 열고 고택의 정취에 끌려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마당서 사진 촬영을 해주고 있다. 한복에 대한 시민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한복 대여 사업도 준비 중이다.
최씨는 “문화의 거리의 특성상 예술인들이 많고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울산에 몇 없는 문화 특화 거리의 특징을 살려 지자체 등에서 지역 예술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골목 플리마켓 등의 판매장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주는 등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