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산업·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건설현장에 철근 작업은 빼놓을 수 없는데 이때 중량물인 철근을 운반하고 가공, 취급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과 사고 위험이 커진다. 산업·건설현장에서 훨씬 안전하고 다루기 쉬운 철근 대체 신소재를 개발한 기업이 울산에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에너지융합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KCMT’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철근 대체재(GFRP)를 개발해 생산하는 업체다. 건설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김준영 대표가 지난 2014년 부산에서 창업했고, 2022년 지금의 에너지산단으로 공장을 확장·이전했다.
철근 대체재는 처음 1950년대에 개발됐다. 이후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실제 건설·산업현장에 활용됐지만, 높은 가격 탓에 꼭 필요한 특수 목적에만 사용됐다. 그러던 중 김 대표는 2000년대 말 싱가포르의 석유저장창고 건설 현장에서 GFRP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국내 건설 현장에도 안전하고, 시공이 편리한 소재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2010년대 초반부터 독일·중국 기업과 꾸준한 교류를 통해 기술 이전과 연구개발에 매진했고, 마침내 2014년 창업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개선되면 국내에서도 품질 높은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GFRP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스티렌 모노머(SM)을 이용해 만들었다면 KCMT의 제품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수지와 유리 섬유로 제작한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PET를 가공해 재활용의 재순환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GFRP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
GFRP는 기존 철근대비 무게는 4분의 1로 가볍고, 강도는 2배 이상을 자랑한다. 이 덕분에 건설 현장에서 시공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여성·중장년 근로자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다. 부식이 발생하지 않고, 온도 변화에도 팽창하지 않아 교량·도로·해안가 구조물·해수 구조물 등 전방위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아 송전탑, 철로 등에도 활용된다.
KCMT 울산 신공장은 전공정이 자동화돼 높은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울산 인근 경북 경주에 폐플라스틱을 가공해 GFRP 소재로 공급하는 자회사와 공장을 설립해 수직 계열화도 갖췄다.
KCMT는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술 이전 등 GFRP 분야 협력을 위한 타진이 이어지고 있어, 오는 10월 마련될 국내 GFRP 설계·시공 기준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 한국 표준을 알린다는 구상이다.
김준영 KCMT 대표이사는 “창업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로 직원들과 함께 마음속에 품어온 꿈을 하나둘 이뤄가고 있다”며 “지금까지 국내 건설 관련 법률은 앞선 선진국을 따라왔지만 철근 대체재 분야는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나서 설계·품질 기준을 수립하고 고층 건물·내진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 ‘코리안 스탠다드’를 해외에 수출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