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에너지 항만을 자처하는 울산항에 일반 선박이 사용할 수 있는 고압 육상전원장치(AMP)가 단 한대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MP는 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이다. 선박은 부두에 접안해 있는 동안에도 내부 냉각설비 등의 사용을 위해 유류 발전을 지속한다. 이 과정에서 항만 대기 중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을 배출해 항만 대기 오염을 야기한다. 그러나 AMP를 사용하게 되면 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대신 육상에서 공급할 수 있게 돼 선박 엔진을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보다 대기환경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전 세계 선진항만들은 이미 AMP를 설치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울산의 탄소 대기배출량은 2만7607t이다. 이중 790t이 선박에서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박기간이 긴 크루즈선이 자주 오가거나 입출항이 잦은 인천이나 부산 등에 비해선 비교적 비중이 크지 않다.
반면 선박에서 발발한 미세먼지의 양은 총배출량의 20%를 넘어섰다. 2021년 한해 울산 대기에 배출된 미세먼지(PM-10) 3419t 중 13%(473t)가 선박에서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PM-2.5)도 총배출량 1970t 중 429t이 선박에서 발생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0년 ‘환경친화적 선박 기준 및 인증에 관한 규칙’을 발표하고 환경친화적 선박 인증제도 도입과 AMP 설치 확대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목표대로라면 울산항에는 2030년까지 총 24대의 고압 AMP가 설치돼야 하지만 아직 일반 선박이 사용할 수 있는 고압 AMP는 단 한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울산항에는 관공선과 예선, 부선 등에 사용 가능한 32대의 저압 AMP가 설치돼 있다. 부두별로는 매암부두에 예선용 12대로 가장 많고, 남화물양장에 예선용 8대, 온산항 예부선정계지에 예부선용 4대, 장생포 해경전용부두에 해경선용 4대, 일반부두에 해경선·청항선용 2대, 장생포 통선장과 소형선부두에 각각 1대씩 설치돼 있다.
설치된 저압 AMP는 예인선을 포함한 모두 관공선 전용으로 울산항 입출항 선박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화물선 등이 활용할 수 있는 고압용 AMP는 아니다. 2024년 기준 8대의 고압 AMP가 설치돼 활용되고 있는 부산항과 각각 3대가 설치된 광양항·인천항, 2대가 설치된 포항항 등과도 차이가 난다.
UPA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설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수전설비가 설치돼있는 선박이나 크루즈선 등 고압 AMP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입출항 선박이 울산엔 많지 않다”면서 “이에 대한 활용 방안을 더 신중하게 고민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