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7년 만의 버스개편, 과도기는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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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7년 만의 버스개편, 과도기는 언제까지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5.01.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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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얼마 전 울주군 삼동면 허허벌판에서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린다는 보은리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같이 이용하던 버스가 하루아침에 없어진 가운데 마을 고령 주민들은 환승이나 달라진 버스 시간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히터가 나오거나 앉으면 따뜻해지는 의자도 외곽 지역에는 없다. 이에 마을 노인들은 꼭두새벽부터 버스정류장에 나가, 덜덜 떨면서 언제 버스가 오려나 매일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광역시 승격 이후 처음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다. 27년 만의 대대적인 노선 통합·변경 소식에 시행 전부터 울산 시민들의 설왕설래가 오갔고, 지난해 12월21일부터 변경된 버스 노선 운영이 시작됐다.

개편 후 지금까지 약 2주가 지났지만 과도기는 이어지는 것 같다. 환승 체계로 대폭 변경되며 환승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과 노인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울주군 등 외곽 지역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있던 버스가 사라지고 배차간격은 30~60분이 기본에, 그마저도 환승을 해야 시내로 겨우 갈 수 있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비난은 구·군청으로도 돌아가고 있다. 울주군청 민원게시판에는 이렇게 시내버스가 개편될 동안 도대체 군수는 뭘 하고 있었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앞두고 동·북구와 울주군에서는 수많은 집회와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결국 의견 수렴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일방적 행정’에 분통을 터트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목소리 내고 집회를 하면 뭐하냐.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낙담하고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시는 이번 개편을 통해 고질적인 불합리 노선을 정비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교통 편의성보다 경제성을 더욱 중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질적인 노선 개편 효과를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울산 시내버스 노선은 바뀌어버렸고, 시민들은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버스가 언제 올까 하염없이 기다리고, 추운 날씨에 환승을 하려 여기저기 다니는 누군가도 있다. 시민들은 과도기를 거쳐 어떻게든 점차 적응해 나가겠지만, 이번 버스 노선 개편 과정에서 생긴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약 3개월간 운영을 한 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노선을 미세 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전히 시내버스 개편 노선의 원상 복구를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들의 불신과 일방적 행정이란 지적을 향후 조정 과정에서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는 울산시의 노력에 달렸다.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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