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미취학 아동 안전 소재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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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미취학 아동 안전 소재 파악
  • 경상일보
  • 승인 2025.0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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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정 청솔초 교사

새 학년도를 맞이하기 위해 움트는 2월이다. 지난 1월2일에는 2025학년도 신입생 예비 소집일이 있었다. 학부모에게는 취학의 의무를 처음 행하는 설렘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집으로 배달된 취학통지서를 보고 감격했던 순간이 있었다. 갓난아기가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학교에 입학하게 되다니, 가족들에게는 뜻깊고 의미 있는 문서였다. 아이도, 부모도 학생과 학부모가 됨을 축하받고 육아에 바빴던 시간을 돌아보며 가슴 뭉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이 업무를 맡고 나니, 마냥 기쁘고 행복할 수만은 없었다. 아주 상반된 감정들이 나를 찾아왔다. 바로 예비소집일에 참석하지 않은 미취학 아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임교에서는 몇 번의 유선 연락에도 전화를 받지 않아,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아이를 찾아야 하나 앞이 깜깜할 때가 있었다.

행정복지센터에 다급하게 전화해 보호자의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하고, 가정 방문은 가능한지, 주소지에 아이가 살고 있는지, 불안에 떨며 보호자 누구라도 연락이 닿을 때까지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던 날도 있었다. 며칠까지 계속 독촉을 하고, 언제쯤 경찰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지 관리 대응 자료를 봐도 봐도 애매모호하기만 한 나날들이었다. 각 기관에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조문을 읊어야 할 때도 있었다.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올해는 예비 신입생의 명단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예비소집일에 무탈하게 참석했다. 이것이 이렇게 나를 안도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멀리서도 연락이 왔다. 3월에 얼굴도 못 보고 해외로 출국한 우리 반 학생의 동생이 이번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고 어머니께서 연락을 주셨다. 학교로 아이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려주시는 분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게다가 올해는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에서 반가운 공문까지 왔다. 미취학 아동의 소재 파악이 9일이 지나면 교사가 아닌 교육청 업무로 이관된다. 취학 독촉 3일 경과 또는 2회 이상 독촉했음에도 지속해 미취학시 읍면동장 및 교육장에 대상 학생을 통보하면 학교에서 할 일은 마무리가 된다. 이렇게 변경된 근거는 교육부 개선방안에 따른 것이라고 공문에 명시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교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주는 공문이었다.

전 가족 출입국사실증명 확인 조회를 왜 학교에서 교사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서도 하던 대로 하자는 업무가 부지기수인데, 누가 얼마나 학교 현장을 잘 알기에 이런 소식이 전해져 오는지 반가운 편지를 받은 기분이다. 올해는 행정적인 업무보다 바뀐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아이들과의 교육활동 준비로 밤잠을 설치는 2월이다. ‘교사로서 내가 가는 길은 더욱 빛날 것이다’라는 희망을 안고.

안현정 청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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