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귀신고래가 다시 찾는 울산 바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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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귀신고래가 다시 찾는 울산 바다를 꿈꾸며
  • 경상일보
  • 승인 2025.02.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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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구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

내가 근무하는 울산 장생포항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고래바다여행선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전용 크루즈선이어서 성수기에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관광객이 장생포항을 찾는다.

그런데 이 크루즈선 운영사에는 말 못 할 고민이 있는데, 그것은 바다에 나가도 근처 해역을 지나는 고래들이 줄어들어 고래를 볼 수 있는 횟수도 몇 년 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에는 10번 출항하면 2회 정도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 좀처럼 고래를 만나보기가 쉽지 않다.

근래 한반도 부근 바다에서 고래를 찾기 힘들어진 이유는 1986년 국제포경규제협약(ICRW)에 의해 금지되기 전까지 광범위하게 행해지던 상업 포경으로 급격히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점과 산업활동으로 발생한 해양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전 ‘고래바다’라 불리던 울산 앞바다에서는 대형 고래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으며, 특히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 같은 한반도 고유종은 1977년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목격된 후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국제사회에서 상업 포경이 금지된 후 고래 생명을 주로 위협하는 것은 산업활동으로 인한 해양오염인데, 그중 특히 심각한 것은 폐그물, 밧줄 같은 어구와 비닐 같은 플라스틱이다. 독자들께서도 한 번쯤은 보았음 직한 폐그물에 온몸이 감겨 괴로워하는 혹등고래나, 비닐을 먹이로 오인하여 뱃속 가득 먹고 죽은 고래나 폐그물에 걸려 꼬리가 절단된 돌고래들의 모습은 매번 접할 때마다 그 안쓰러움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편, 해수부나 환경부 등 정부에서는 해양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월17일 해수부와 환경부는 육상과 해양의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해양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 방안 마련, 해양폐기물 재활용 확대를 통한 자원순환 촉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도 매월 ‘연안정화의 날’을 지정해 해양수산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해양 정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지역 40여개 기업체와는 ‘1사 1연안 가꾸기 운동’도 추진해 사업장 주변 해안의 자발적 정화 활동을 20여년간 전개해 왔다.

아울러,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해양폐기물 유입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최근 4년 울산항에 유입되는 해양폐기물은 91%(365t)가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저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린피스가 2023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플라스틱은 총 1193만t으로, 2017년에 비해 49.5%(395만t) 증가했다. 특히 배달 음식 포장재가 포함된 폐합성수지류 항목은 2019년 하루 716t에서 2021년 1292t으로 80.6%나 늘어났다.

이는 정부가 해양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더해 사회 각 구성원의 보다 적극적인 해양폐기물 저감 노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을사년(乙巳年) 정월을 앞두고 부쩍 차갑고 거세진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먼지와 같은 존재임을 새삼 생각한다. 해양환경 오염과 이로 인한 고래의 죽음 외에도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황사, 수많은 생물 종의 절멸 등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환경문제는 자연의 반격이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전향적으로 모색하지 않으면 귀신고래 다음은 우리 인간이 자취를 감출지 알 수 없을 일이다.

정상구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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