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가 지나간 일요일 오후, 옛 울산초등학교(중구 북정동 4-1) 체육관 앞에 자리했던 한때 웅장했던 회화나무를 찾았다. 울산시립미술관 맞은편 주차장에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무 아래엔 검은색 교적비가 보호수 표지판과 나란히 있다. 이곳이 한때 학교였고, 그 시절을 함께한 나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보호수 표지판에는 나무 수령이 300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옛 울산초 체육관 입구 북쪽에 자리했던 나무는 1m 높이의 둥근 철제 울타리 안에 보호받고 있었다. 건물 쪽보다는 남북으로 가지를 길게 뻗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학교 체육관에서는 체조 선수들이 한창 훈련 중이었는데, 문득 나무의 굵은 줄기와 가지들이 그들처럼 유연한 곡선을 간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학교가 이전하며 문화재 발굴 조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뿌리 부분이 많이 손상되었는지 한때 앙상했던 가지들은 이제야 기력을 회복해가는 중이다. 시커먼 줄기 사이로 돋아난 새 잎과 줄기들이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 사이로 담백한 아이보리색 꽃들이 피어 있다. 워낙 수수해서 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꽃이 피었다는 것을 알아챌 정도다.
2003년 측정 이후 20여년 만에 다시 나무의 크기를 재어 보았다. 남북으로 뻗은 가지의 너비는 21m, 동서로는 15m로 당시와 비슷했다. 뿌리 부분 둘레는 430㎝로 20년 전 410㎝보다 굵어졌고, 가슴 높이 둘레도 345㎝로 320㎝보다 성장했지만, 세월에 비하면 그리 큰 수치는 아니다. 특히 나무의 키는 당초 15m였는데, 현재는 10m로 줄어들었다. 잔가지들이 사라진 결과로 여겨진다.

현재 나무 주변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다행히 나무 아래 공간은 비워두어 나무가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역의 다른 회화나무 노거수들이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것에 비해 이 나무는 훨씬 빠르게 꽃을 피웠다. 아무래도 도심 내 높은 기온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게 했다. 예전 왕성했던 모습을 되찾아 도심의 생명문화재로 빠르게 자리 매김하기를 바란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