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 장생포 문화창고 6층 소극장W에서 이선숙판소리연구소와 소리꾼 윤지원이 공동으로 제작한 인디 판소리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공연이 열렸다.
울산 출신 소리꾼 윤지원이 고향으로 돌아와 펼친 첫 무대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 이번 공연은 시민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공연은 서른다섯, 삶의 갈림길에 선 환자복 차림의 주인공 ‘이원지’가 쓰러지며 시작됐다. 이후 하의는 현대의 회사원 복장, 상의는 배꼽이 살짝 드러나는 전통 의상을 입은 이원지가 오디션에 참가해 주마등처럼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삼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이원지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응원은 하지만 연약한 어머니 밑에서 착한 아이로 자랐다. 15세 때 그림을 그리는게 좋아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꿈을 포기했고, 29살 서점에서 만난 배우 지망생 남자는 여전히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지만 35살 최연소 팀장이 된 이원지는 지금도 선택의 순간마다 주저하고 침묵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1인극(모노드라마), 전통 판소리, 기타 라이브 연주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퓨전 판소리극으로 진행됐다.
이는 정해진 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린 이원지의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주인공을 응원하게 했다.
김영일(65·남구)씨는 “장녀의 무게 등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여운이 남는다”며 “다만 공연이 30분 정도로 짧아 아쉬웠다. 주인공이 한명이 아니라 2~3명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마친 윤지원은 “울산은 태어나 자란 곳이라 더 조심스럽고 떨렸다. 너무 익숙한 공간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져 더욱 진심을 담고자 노력했다”며 “스승인 이선숙 소리꾼의 귀향 프로젝트 시작점에 설 수 있어 뜻 깊었다. 울산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며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준비하면서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기보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하며 공감을 나누고자 했다”며 “공연을 짧게 구성한 것은 긴 이야기를 차곡차곡 풀어내기보다 짧지만 강한 울림이나 잔상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받았던 관객들의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 작업을 더 확장하거나 깊이 있게 풀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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