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대의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은 여름휴가 전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두 기업은 핵심 쟁점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교섭을 휴가 이후로 미뤘고, 이로 인해 큰 부담을 안고 8월 교섭 테이블에 나서게 됐다. 이에 따라 8월의 폭염과 함께 울산과 한국 경제에는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12차 교섭에서 통상임금 적용 확대, 임금피크제 폐지, 통상임금 정년 연장 등 핵심 요구안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였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사측은 미국의 수입차 고관세 부과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들어 노조의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요구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에 노사는 하계휴가를 마친 후 5일 13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여름휴가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6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이끌어냈지만, 올해는 정년 연장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포함돼 조기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또한 최근 어렵게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빈손으로 하계휴가(8월4~14일)를 맞이한다. 사측은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과 격려금 520만원 등의 업계 최고안을 제시했지만, 부결됐다. 이 회사 노조는 조선업 ‘피크아웃(Peak-out)’ 우려속에서도 이달 들어 4차례 부분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자동차와 조선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교섭 결과는 울산 경제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 노사 교섭이 결렬돼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지면 생산 차질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고용 불안정이 우려된다. 국내 제조업 노동 현장의 흐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과 금속노련의 정치파업, 현대제철, 한국GM의 파업 등 잇단 파업의 행렬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외투기업 중 57%가 한국 노동시장을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빈번한 파업, 정치적 개입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 현장은 더 이상 강대강의 대립적 노사관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협력적인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간 공동체 의식의 확립과 노조의 투쟁 만능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노사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경직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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