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율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가운데 대미 수출이 더 줄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납품 실적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사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전략적인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한 가운데 총 200여개 부품을 두고 최적의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부품 공급망 변화를 공식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2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관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이 8282억원인데 그중 20%가 부품 관세에서 비롯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도 미국 관세로 영업이익이 7860억원 줄어 향후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로 경쟁업체 대비 낮은 편이다.
테슬라(68.9%), 혼다(62.3%), 도요타(53.7%) 순으로 미국 부품 조달률이 높았고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닛산(41.4%), 포드(40.1%), GM(31.1%)이 낮은 축에 속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가격경쟁력을 위해 공급망 비중을 현지로 옮겨가는 것은 명약관화”라고 우려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현지화가 현실화하면 울산을 비롯해 국내 부품업계의 대미 수출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그중 60~70%가 현대차·기아향(向)으로 부품업계는 추산한다.
국내 부품업계로선 가장 큰 수출시장의 최대 고객을 잃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수출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현지 진출도 여의찮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미래차 전환으로 힘든데 이중고, 삼중고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생산이 가속하면서 국내 납품 물량마저도 줄어들 수 있다고 부품업계는 우려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앞세워 지난해 기준 70만대였던 현지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부품 관세가 없다면 국내 생산 물량이 미국으로 넘어가더라도 수출을 통해 부품 납품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관세로 현대차그룹의 현지 조달 체제가 굳어질 경우 납품액 순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지난해 국내 부품업계의 완성차업체 납품액은 총 71조6584억원으로 그중 현대차(37조4797억원)와 기아(27조2524억원)의 합산 점유율이 90.3%였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량이 늘어나면 국내에서 나가는 차량 대수가 줄어들고 국내 부품기업들의 납품 실적과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정혜기자·일부 연합뉴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