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셔츠를 폼나게 입는 방법 중 하나는 첫 단추만 채우는 것이다. 대략 10개 단추 가운데 네번째 단추를 다섯번째쯤 단추구멍에 채우는 엇박자 방법은 한물갔다. 나머지 단추는 신경쓰지 않는 게 멋이다.
하지만 정책은 다르다. 첫 단추만 채워서는 되지 않고,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 하나씩 꾸역꾸역 제자리를 찾으려는 게 답답해 보일 수는 있어도 그래야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잘 간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0~5세 영유아 모두에게 차별 없는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겠다는 국가 과제다.
울산 유보통합 대상 영유아는 올해 3월 기준 3만명에 달한다.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710곳이고, 유치원 교원과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은 5619명이다.
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어디서, 어떻게,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통합기관은 아직 출범도 하지 못했고,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장 간 간극도 여전하고, 현실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교육청은 ‘울산형 유보통합 두빛나래’라는 자체 모델을 들고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유보통합을 위해 지자체 인력 파견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유아교육 담당이던 교육청이 보육 담당인 지자체와 협력해 현장에 발을 딛는 첫 실무 조치이자 통합 체계를 향한 조심스러운 첫 걸음이다.
파견 인력은 오는 9월부터 중구청에서 보육행정을 함께 들여다 볼 예정이다. 시교육청이 맡게 될 보육업무를 사전 경험하고, 통합전산시스템 익히기, 실무매뉴얼 구축 등에도 참여한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고 실질적 이관을 준비하는 첫 프로젝트인 셈이다.
유보통합이 품은 의미와 가치,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과 행정, 정치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현장은 결코 명분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합은 서로 간 갈등만 키울 뿐이다.
울산시교육청이 유보통합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교육당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울산의 유보통합이 전국적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 방향, 구조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