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2장 /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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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2장 /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20)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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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서생포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서생포성 전경. 울산시 제공

그곳에서 신답 쪽으로 간 천동은 파괴된 달천철장 터를 돌아보았다. 달천철장은 울산과 경주의 산골짜기에 토철을 제련하는 수십 개의 쇠부리가마를 거느리고 상당량의 철을 생산했으며, 중국(낙랑, 대방)과 왜에까지 철을 공급했는데 지금은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삼한의 소국 신라가 고구려나 백제와 대등한 국력을 가지게 된 것은 우시산국(울산지역의 부족국가)이 소유하고 있었던 달천철장을 석탈해가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용성국(캄차카 반도에 위치) 출신의 석탈해는 달천철장을 소유하면서 얻게 된 막강한 힘으로 남해왕의 사위가 되고 신라의 4대 왕이 되었다.

천동은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가재골에서 먹을 만큼의 가재를 잡은 후에 눈앞에 보이는 관문산으로 올라갔다. 천동은 울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문성의 서쪽에 있는 순금산과 상아산 능선을 나는 듯이 달렸다. 그런 연후에 언양 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빠르게 이동하다가 가지산에 도착한 후에는 운문산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가을바람과 단풍은 전란 중인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단풍들의 군무가 주는 황홀한 분위기에 젖어서 잠시 모든 걸 잊고 상념에 빠져드는 그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네, 먹을 것을 구하려고 충청도에 있는 친척 집에 다니러 가는 길입니다.”

“충청도가 코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노잣돈은 좀 있지?”

“아저씨들은 누구세요?”

“우리? 왜군들과 싸우다 지치고, 식량도 떨어져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양식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왜놈들과 싸우는데 니들은 뭐라도 보태야 되는 거 아니니?”

“저도 그러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저도 이틀이나 굶었고 가진 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봇짐을 풀어서 확인해 보세요.”

천동은 그들 앞에 봇짐을 내보였다. 천동의 봇짐을 열어보던 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요? 완전히 거지새끼 같아요. 오늘은 영 재수가 없습니다.”

“야, 너 이리 와봐.”

천동이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느닷없이 그에게 주먹질을 했다. 지팡이 속에 감춰져 있는 칼을 뽑으면 이런 놈들 열 명은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지만 동족에게 함부로 그러고 싶지 않아서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야 이 거지새끼야, 밖으로 다닐 때는 다른 사람 생각을 해서 뭐라도 좀 가지고 다녀라. 알았어? 다음에도 빈손이면 곱게 안 보내준다.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 이 빌어먹을 상거지 새끼야.”

천동은 다시 한 번 날아오는 주먹을 그대로 맞고서야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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