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탐대실의 웃픈 관세협상, 산업 경쟁력 약화·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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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탐대실의 웃픈 관세협상, 산업 경쟁력 약화·공백 우려
  • 경상일보
  • 승인 202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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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당초 25%로 예정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자동차 관세도 기존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했다. 우리나라가 4500억달러(약 62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을 제시하며 미국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이번 협상 결과, 한미 간의 관세 불확실성은 해소되었지만, 626조원이라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성과는 겨우 ‘관세 10% 인하’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큰 대가를 치른 것에 비해 실질적 이익이 너무 부족하다.

여전히 15%라는 고율의 관세 부담이 남아 있으며, 자동차,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에 대한 대미 투자 확대 부담은 결국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산업 공백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칫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위험한 거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동차 도시 울산은 이번 협상 타결과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에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하며 일본과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 결과,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동일한 15%의 관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그간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상실했다. 현대차는 이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울산의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15%의 고율 관세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울산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으며, 그중 자동차 수출이 21.3%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역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탈출구를 찾지 않으면 더 큰 침체가 우려된다.

울산 조선업계는 이번 협상으로 미국 시장에서 수주와 선박 건조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낙관적이지 않다. 대미 투자와 현지 생산이 늘어날수록 국내 투자 여력은 감소하고, 결국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와 산업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울산 경제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줬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와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번 협상은 ‘관세 인하’라는 미미한 이익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을 해치는 큰 희생을 감수한 거래나 다름없다. 웃픈(웃기고 슬픈) 타결이 아닐 수 없다.

울산 산업계도 이제는 일시적인 안도감을 넘어서,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전략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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