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제3호 민간정원인 울주군 온양읍 소재 ‘발리동천’에는 가로 12m, 세로 6m에 달하는 거대한 반구대암각화가 펼쳐져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선사인들이 남긴 반구대암각화에서 받은 예술적 충격과 감동을 이채국 조각가(71)가 자신의 감각으로 다시 구현한 결과물이다.
이 조각가는 이 작품에 대해 “실제 반구대암각화는 음각이고 6x3m 규모지만, (나는) 더 크고 더 도드라진 양각으로 해석했다”며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입체감이, 선사시대 원작과는 또 다른 시각적 에너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 조각가는 지난 1989년 울산미술협회의 의뢰로 ‘대양을 향하여’라는 조형물 작업을 하던 중 반구대암각화의 독창적인 예술성에 깊게 사로잡혔다.
당시만 해도 반구대암각화는 문화유산으로서 널리 알리기 전이었지만, 이 조각가는 그 미감과 의미가 ‘세계적인 작품’에 견줄 만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 조각가는 “하나의 화면에 고래뿐만 아니라 사냥 장면, 인간, 동물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구성, 그리고 선사인의 추상적 형상이 너무나 완벽해서 현대작가로서 되려 감탄하게 된다”며 “암각화가 제작되던 당시 이 지역에 위대한 예술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구대암각화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데 있지 않다. 선사시대 조상들이 이미 형상, 구도, 상징 표현 등 예술적으로 완숙했고, 그 깊이와 개별적 의미까지 현대 작가에게 교훈을 준다”며 “터키나 노르웨이의 암각화도 봤지만, 구성이나 예술성에서 반구대암각화가 단연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암각화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이미 대단한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현대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본격적인 창작에 나섰다.
암각화를 ‘모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만의 손끝으로 음각(들여 새기는 기법)이 아닌 양각(도드라지게 부조하는 기법)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 조각사는 지금까지 학교, 병원, 방송국, 공공기관의 작품 의뢰 및 기증으로 울산에만 20여개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20여년간 암각화 알리기에 매진해 왔다. 실제 울주군청 등에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최근 이 조각사는 흑백 음각을 넘어 천연석의 본연의 색채를 살린 현대적 조형 암각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화강암, 흑석, 빨강, 파랑 등 자연석의 다양한 색을 살려 암각화 본연의 추상미와 현대 추상의 융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제는 반구대암각화와 현대 조각을 접목해, 울산의 정원과 공공장소, 나아가 국가정원이라는 무대까지 확장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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