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국가유산청이 마련한 시민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한 시민은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암반은 약 1만년 전 형성된 매우 단단한 암석인데, 철기가 보급되기 이전 시대에 어떤 도구로 이처럼 정교한 그림을 새겼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시민은 “울산 언양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수정이 조각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울주군 일대에서는 자수정을 담벼락이나 화단의 경계석으로 쓸 만큼 흔했으며, 자수정은 경도가 높아 단단하기로도 유명하다”며 “당시 선사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자수정을 날 도구로 활용해 암각화를 새겼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정에 대해 현장에 참석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정식 연구로 검증된 가설은 아니지만 매우 흥미로운 시각”이라며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시범적인 실험 연구도 추진해보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미팅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주제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 외에 제3의 암각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시 언급됐다.
특히 사연댐 저수지 하부에 물에 잠겨 있는 암반면에 추가적인 암각화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은 “이전에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시민들의 설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가능성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제3의 암각화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향후 정밀 탐사 및 조사 작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는 가장 시급한 ‘물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제시되지 못했다.
지난 7월12일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는 등재 일주일 만에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고, 2주째 수면 아래 머물러 있다. 사연댐 수위는 3일 오후 5시 기준 55.1m까지 낮아졌지만, 아직 암각화는 물 밖으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으며, 이번주 태풍 북상으로 추가 침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시민들은 물 관리 문제의 책임부처인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번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 주민은 “이 자리는 암각화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자리인데 물 관리 주체 기관이 오지 않았다”며 “협의했음에도 불참한 것인지, 참석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허민 청장은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서 식수 문제와 연계된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며 “관계기관, 전문가와 함께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환경부 등 유관기관과 논의한 뒤 국무총리실과 대통령실에도 울산시민들의 의견을 정리해 공식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