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2장 /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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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2장 /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23)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8.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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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가지산 전경. 백승휘 소설가 제공

“저 같은 천한 것이 어찌 장군님과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겠습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거라. 지금은 전시니라.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고 수많은 백성들이 왜군들에게 도륙을 당했는데, 그깟 예절 따위가 대수더냐?”

“…….”

“그곳은 어떠하냐? 왜병들이 주요 마을을 점령해서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처지일 텐데, 백성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장군님 말씀 그대로입니다. 울산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양남 나아리 해안 쪽에서 경주방면으로 침입하려던 적병 천여 명을 이눌 장군과 몇몇 의병장들이 합심해서 물리쳤습니다. 많은 적병의 목을 베었고 적들은 바다를 통해서 남쪽으로 퇴각했습니다. 기박산성에서 의병들이 진을 치고 기박이재를 든든히 지키는 까닭에 왜병들은 동대산 남쪽의 달령 방면으로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나쁜 소식도 있습니다. 경주의 의병장이신 이응춘 장군께서 개운포에서 왜군들과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합니다.”

천동은 자신도 여러 번 전투에 참여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홍의장군도 울산지역의 소식은 대략 들었지만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천동에게 물었던 것이다.

“계속해 보거라.”

“서인충 장군은 산악지형을 이용해서 왜적들과 계속 전투를 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울산지역의 많은 의병장들이 서 장군님과 뜻을 같이하여 전과를 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달에 서 장군은 삼천여 의병을 이끌고 신야전탄 전투에서 왜병 오천여 대군과 맞서서 싸웠는데, 적병을 무려 삼백여 명이나 목 베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공을 알리는 장계에는 고작 삼십여 명으로 줄여서 보고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공을 부풀리기도 한다는데 왜 서 장군님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혹시 장군께서는 아십니까?”

“글쎄다. 나라고 그걸 어찌 알겠느냐?”

한낱 백정의 자식인 천한 자의 입에서 이런 고급 정보들이 술술 나오는데도 홍의장군은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아니다. 그는 내심 짐작되는 바가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양손을 사용하는 ‘조선세법’을 선보인 그를 놀란 눈으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천동은 홍의장군이 왜적과 싸울 때 사용한 검법을 그대로 흉내 냈을 뿐이라고 말했었다. 조선의 검법인 조선세법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도 십여 년간 수련을 해서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수하에 있는 의병들에게는 근접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사용법만 가르쳐 주고 전투에 참여시켰는데도 그 효과는 놀라웠다. 관군과는 달리 자신의 의병들이 적병들과의 실전에서 승승장구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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