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전국 제조업체 218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신사업 추진현황 및 애로사항’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현재의 주력제품의 시장이 시장 포화기 또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성숙·쇠퇴기로 응답한 비중을 업종별로 보면 주요 비금속광물이 가장 높았고, 대표적인 공급과잉 업종인 정유, 석유화학, 철강이 그 뒤를 이었다. 기계, 섬유, 자동차, 식품, 전자 등의 업종도 80%가 넘는 응답비중을 보였다.
특히 정유·석유화학은 89.6%가 주력제품이 이미 시장 포화로 ‘레드오션’에 진입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중국발 공급과잉이 심각한 석유화학업종은 향후 2~3년간 1500만t 수준의 에틸렌·범용 폴리머 신규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어서 2030년까지 공장가동의 다운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의 주력제품 시장에서 경쟁상황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경쟁우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16.1%에 불과했고, 83.9%의 기업이 경쟁우위가 거의 없거나 추월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사업 추진은 부진했다. 현재 주력제품을 대체할 신사업을 착수했거나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응답인 기업은 42.4%였고, 과반이 넘는 57.6%의 기업은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제조기업들은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자금난 등 경영상황 악화’(25.8%)와 ‘신사업 시장·사업성 확신 부족’(25.4%)을 꼽았다.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했다’(23.7%)는 응답도 많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높은 불확실성에 위축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실패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레드오션에 접어든 제조업이 성공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투자 장려책과 AI(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기업 활력을 북돋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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