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반구천 암각화의 가치 새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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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반구천 암각화의 가치 새기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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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지난 7월12일 오전(현지 시각) 파리에서 날아온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로 최종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온 국민이 환호했다. 특히 오랜 시간 등재를 기원해왔던 암각화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심정은 남달랐다. 단순한 바위 그림이 아닌 6000년의 문화 자부심을 새긴 고귀한 기록이자 선사인의 예술 걸작품으로 평가되는 이러한 유산이 지역에 있다는 것은 흔히 갖는 행운이 아니다.

불교신문 7월21일자 기사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주석하던 사찰과 그의 발자취를 좇던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한국미술사연구소장)가 1970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라 한다. 무너진 탑을 찾으러 올라갔다가 마을 이장이 알려준 절벽의 희미한 형상에서 6000년 전 인류의 유산을 마주하는 그 과정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서술되어 있다. 기사를 읽는 필자도 가슴이 뛰었으니, 당시 29세의 젊은 연구원이야 오죽했겠으랴.

현행 저작권법으로 평가해보면 암각화는 선사인의 사상,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즉 저작물이다. 아마 선사인은 여러 명일 것으로 공동저작물일 것이다. 그리고 사후 70년이 지났으니 그들의 저작권은 상속을 통해서도 그 보호기간이 종료하여 소멸하였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들의 후손인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유형물과 그 무형의 가치가 이 땅에 남아 있으니 부정할 수 없는 온전한 유산이고 이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지난 8월1일 본보에 따르면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반구천의 암각화, 울산의 소리를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국가유산청은 관광인프라 확충, 세계유산축전과 홍보, 침수방지대책 등 다양한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앞으로 이러한 논의와 연구, 전략수립과 각종 정책의 시행을 통해 반구천 암각화는 그 가치가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지게 될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를 오로지 관광상품으로 보아 포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포장을 벗겨야 한다고 본다. 암각화가 가진 원래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시켜 관람자의 마음에 새기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구천 암각화는 그 자체로서 역사성, 학술성, 예술성 등이 종합된 작품, 자료이자 유산이며 지역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사견으로는 처음부터 ‘볼거리’라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접근보다는 우선적으로 ‘고귀한 인류의 유산’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는 뒤에 따라오는 문제이다. 현장의 암각화 실물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예약제로 하고, 관람 인원을 한정하며, 보존을 위해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상당한 관람료를 징수해야 한다. 그 관람료는 최고의 보존정책 및 가치 새기기 정책에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즉 시설구축과 관람프로그램이 고급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으면서 그 미니어처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 굿즈의 인기가 엄청나다. 지금까지 무려 21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고, BTS RM도 구매에 실패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 난다. 암각화에 있어서도 시에서 더욱 엄격하게 품질, 유통 등을 관리하는 공식제품만으로 박물관에서 판매대를 구성하는 등 굿즈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참조해야 한다고 본다.

문명대 교수의 주장처럼 10m 전방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인근에 동일한 복제품을 전시하여 실제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울산암각화박물관에 복제품이 있지만, 계단이나 사다리 등을 설치하고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끼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세우는 방식 외에 90도 회전하여 바닥에 두고 체험하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 본다. 300개 이상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전체로서도 중요하지만 개별 그림이나 동일주제의 그룹(고래잡이 과정 등) 각각에 중요성을 두어 각 캐릭터에 친근한 명칭을 부여하는 등 소중함을 더 배가시키는 것을 제안해 본다.

이제껏 암각화가 저수지에 수몰되어 훼손되었던 문제의 핵심은 암각화가 물보다 싸다고 평가되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그렇지 않음이 증명되었으니 이제는 물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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