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울산의 석유화학 등 주요 기업들이 업황 악화 장기화로 한해에 두번 납부하는 울산상공회의소 회비에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일부 업종의 경우, 수천억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억대 상의회비를 내는게 맞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5일 울산상의에 따르면 당연회원으로 가입한 상당수 지역 업체들이 글로벌 업황 악화로 수년째 실적이 나빠져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조치까지 시행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상의회비 감경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매출세액이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상공업자라면 당연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에 따라 울산상의 정관을 보면 울산광역시 행정구역 내에서 영업소, 공장 또는 사업장을 두고 상공업을 하는 법인 또는 개인이 전년 6개월간 매출액 50억원 이상이면 당연회원 가입 대상이다. 당연회원으로 가입하면 상·하반기 두차례 각각 전년 반기 매출액의 10분의 1을 1000분의 2.2로 곱한 만큼 상의회비를 내야 한다.
이 기준으로 지역 석유화학 업체의 상의회비 납부 내역을 보면, 울산의 A사는 지난해 상·하반기 더해 1억4500만원을, B사는 8800만원, C사는 7700만원을 냈다.
지난달 말 기준 울산상의 회원사는 740여곳으로 이 중 상당수가 석유화학업체다. 석유화학업체는 업태 특성상 높은 가격의 원유를 구입해 정제, 판매해 구조상 매출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글로벌 업황 악화로 수년째 실적이 나빠진 상황에서 높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의회비를 산정해 부과하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대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상의회비를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지역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마른 수건 짜기’에 비유될 만큼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업무 중요도에 따라 출장을 최소화하고, 회식을 줄이는 등 불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절감해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취지에서다.
일부 기업은 정례적으로 하던 퇴직 직원 격려행사 마저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석유화학 기업들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의 상의회비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역 산업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때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만큼 울산상의가 먼저 발벗고 나서 회비 감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팬데믹 기간 일부 지역 상공회의소는 매출이 감소한 회원사를 대상으로 10~30% 감면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울산의 석유화학기업 중 적자가 아닌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석유화학, 특히 정유 부문은 매출에 원유 구입비용과 유류세 등을 포함한 판매금액이 다 포함돼 이를 토대로 상의회비를 내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데 법적 의무 사항이라는 이유로 감면 등 아무런 조치 없이 종전대로 상의회비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경영진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회원인 지역 기업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울산상의가 앞장서서 기업인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울산상의 관계자는 “울산은 매출 규모가 큰 사업장이 많아 이미 타 시도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공제해 부과하고 있다”며 “울산상의는 지난 팬데믹때도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비 감면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