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염포산터널을 지나 동구 도심으로 들어서자 평소 점심시간 차량과 인파로 붐비던 거리가 한산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임직원 1만3000여명이 지난 4일부터 집단휴가에 들어가면서다. 조선소들은 사실상 오는 17일까지 긴 연휴를 이어간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 사이 서부동 명덕마을은 적막감을 더했다. 이곳은 평소 조선소 근로자들의 점심·저녁 식사를 책임지는 대표 상권이다. 그러나 이날 점심시간에도 상당수 음식점이 불이 꺼진 채 셔터를 내렸다. 몇몇 가게 출입문에는 ‘여름휴가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평소 점심이면 배달 오토바이가 쉼 없이 오가던 골목이었지만 이날은 오토바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한 식당 사장은 “평소엔 점심 장사로 하루를 버티지만 이 시기에는 손님이 없다”며 “올해는 휴가가 2주나 돼 상권 전체가 차라리 같이 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근 분식집 사장도 “장사해봐야 전기세만 나가고 종업원만 힘들다”며 “이참에 가족과 같이 쉬면서 재정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가게가 멈춘 것은 아니었다. 정부의 민생회복소비쿠폰 사용처로 지정된 일부 가게들은 예년과 다르게 휴가철에도 휴가를 반납하고 영업을 이어갔다.
명덕마을 입구의 한 식당은 입구 한쪽에 ‘민생회복소비쿠폰 사용처’라는 안내문을 붙여뒀다.
이 가게 사장은 “쿠폰을 쓰러 오는 손님이 꾸준히 있어 휴가철에도 영업을 이어간다”며 “예년 같으면 조선소 휴가에 맞춰 우리도 쉬었겠지만, 올해는 매출 보탬이 될까 싶어 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서부동 내에서 민생회복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게는 식당, 카페, 전통시장 등 수십 곳에 달한다. 쿠폰을 활용한 결제가 휴가철에도 유지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인들은 “쿠폰 덕분에 그나마 휴가철 매출 공백이 줄었다”거나 “정책 효과가 체감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북구는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생산 라인 가동에 돌입하면서 동구부터 북구 양정·염포동까지 이어가는 대형 인구 공동화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정유·화학업계는 공정 특성상 집단휴가 없이 24시간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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