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이 산업을 넘어 자연과 역사, 생태를 품은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질유산’이라는 보물이 있다.
지난 7월12일,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2023년 가야고분군(7개 고분군) 이후 대한민국에서 17번째로 등재된 세계유산이자, 산업수도 울산이 ‘지질·문화·생태’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울산시는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체험형 탐방로 조성, 국제 협력 확대 등 5대 전략과 22개 핵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는 시민과 함께 누리고 지키는 ‘모두를 위한 문화, 세계를 잇는 문화도시’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울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27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과 학술조사, 교육·관광 콘텐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후보지 신청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울산시의회 지질유산연구회’는 강원도 일대의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을 방문했다. 철원과 포천의 주요 지질명소들을 둘러보고, 원주에 위치한 국가지질공원사무국을 방문해 운영방법과 지원 체계를 확인하는 등 지질공원 인증 추진을 위한 실질적 정보를 수집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점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 단지 학술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관광 자원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한 복합 전략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주상절리길 잔도, 소이산 전망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 등은 자연과 사람,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성공은 울산에도 분명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울산의 지질유산은 학술적 가치와 경관적 아름다움 모두를 갖춘 자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필두로 국수천 습곡, 정족산 무제치늪, 대왕암 해안, 간절곶, 주전동 포유암 등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는 명품 지질 명소다. 특히, 태화강을 중심으로 백악기부터 신생대에 이르는 다양한 지질구조가 연속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지질공원은 단순히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아닌 지질유산을 기반으로 교육과 관광, 생태, 주민소득, 브랜드가 융합되는 ‘지역 혁신 플랫폼’이다. 즉, 지질공원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자연의 가치를 체감하고, 지역사회가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벤치마킹을 통해 확인한 해설사 양성,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지오브랜드’ 상품 개발, 생태형 탐방 인프라 조성은 울산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과제다.
또한, 탐방로와 경관 플랫폼, 해설 콘텐츠의 다양화로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화강, 동해안, 산지, 하천, 암각화 등 다양한 지질 자원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울산만의 입체적 지질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울산의 풍부한 자연유산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그것을 잇고, 가꾸고, 세계에 알려야 한다. 산업수도를 넘어, 지질유산의 도시로 울산의 새로운 이름을 기대해 본다.
안수일 울산시의회 의원(시의회 지질유산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