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된 장마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거센 빗줄기를 퍼붓고 있다.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침수, 교량 파손, 항공기 운항 중단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며 피해 복구와 추가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폭우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반도 주변에 다시 형성된 정체전선이다. 초여름 날씨 패턴이 재현된 셈이다.
정체전선은 남쪽에서 북상하려는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남하하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맞부딪히는 경계면에서 형성된다. 두 공기의 세력이 팽팽히 맞서며 전선이 한 지역에 머무르는 가운데, 서해상으로부터 비구름에 연료가 되는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하게 발달돼대기 장시간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었고, 이로 인해 전선대 주변의 강수 강도는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다. 지난번 남부지방을 강타했던 폭우와도 같은 원리이다.
중부지방의 비는 14일까지 이어지겠지만, 폭염이 이미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수도권과 달리 남부지방에는 폭염주의보가 확대 발효됐고, 제주도는 이틀 만에 열대야가 재발했다. 서귀포는 41일째, 제주는 37일째 열대야가 지속되는 기록적인 상황이다. 이는 북쪽 찬 공기가 물러난 뒤 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다시 확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으로 대기 상층으로 확장하는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까지 가세하면 ‘이중 고기압’이 형성되어 폭염의 강도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장마가 끝난 뒤 한여름 무더위가 재현되는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올해는 이 무더위를 두 차례나 겪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올해 폭염이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폭염의 근원지인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강력한 더운 공기를 지속적으로 한반도 쪽으로 공급하는 에너지원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낮 동안에는 소나기성 폭우가,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장기화될 수 있다.
이 여름, 하늘의 표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밑바탕에는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장마 뒤 무더위, 무더위 뒤 폭우. 앞으로 우리는 이런 여름을 매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 시대의 생존법은 예측과 대응의 속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생활 전반을 재난 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와 더위가 교차하는 한여름의 위협 속에서도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