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6년 만에 풀리는 예타 제도, 정치적 퍼주기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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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6년 만에 풀리는 예타 제도, 정치적 퍼주기 넘어서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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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년 만에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총사업비 500억원, 국비 지원 300억원’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 국비 지원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표면적인 명분은 지방 건설 경기의 활성화지만, 예타 문턱을 낮추는 것이 선심성 사업의 남발과 재정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표심을 겨냥한 지자체와 정치권의 무분별한 SOC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 효과를 사전에 검토해 불필요한 지출을 차단하는 중요한 장치다. 1999년 도입 이후 예타 기준이 고정돼 공사비 상승분 반영 미비, 심사 기간이 1~2년까지 장기화되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예타 기준 완화가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따라, 기대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로 500억~1000억원 규모의 중소형 SOC 사업들이 예타 없이 추진돼 공사 기간이 단축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정치적 목적의 SOC 사업이 남발될 위험도 크다. 지난해에만 33건의 SOC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타 면제를 받았다. 경제성과 타당성이 배제된 채 ‘정치적 판단’에 의해 진행된 사업들이다. 이번 조치로 예타 면제 사업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재정 건전성과 사업의 실효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울산의 경우 트램 2호선(비용 대비 편익 비율 B/C 0.97), 의료원 건립(B/C 0.65), 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B/C 0.82) 등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들이 수없이 많다. 이번 예타 기준 완화로 이들 사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있지만, 만약 경제성보다 정치적 계산이 우선시된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지형도가 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사업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26년간 묶인 예타 제도의 족쇄가 마침내 풀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진정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전문가 평가 강화와 정교한 분석, 철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예타 제도는 정치적 목적의 ‘퍼주기’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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